이건희 삼성 회장이 형제들과 벌이고 있는 상속분쟁에 대해 "한푼도 내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소송전에서 법리 다툼을 벌이더라도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등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막강한 변호인단으로부터 소송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작심하고 말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형 로펌 전문가들도 그렇고 밖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당연히 법리적으로도 그렇고 그러니까 헌법재판소 얘기까지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CJ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대목에서는 경영권에 대한 아주 작은 위협이라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 회장이 "CJ도 (돈을) 가지고 있는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 욕심이 나는 것"이라고 단정하며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배후로 CJ를 지목한 것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씨, 차녀 이숙희씨, 고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의 차남인 고 이재찬씨의 부인과 자녀 등 소송인들이 모두 차명 주식에 대한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하는 것으로 보며 이 회장이 이번 소송은 경영권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을) 돈을 아끼겠다는 것보다는 다 정리된 문제를 어떤 계기에 의해 새삼스레 문제를 삼는 부분에 대해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달라"며 "다시 말해 중간에 적당하게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CJ그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CJ의 한 관계자는 "소송은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 두 사람 사이의 일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 "아버지인 이맹희씨를 돈만 욕심 내는 사람으로 폄하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을 아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 직원이 연루된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는 데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CJ의 한 관계자는 "미행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가 없는 것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언제까지 (CJ그룹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CJ는 미행 사건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꾸며진 일이라고 확신하면서 삼성 측에 '성의 있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