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의 실명을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해 특검 수사를 요구했던 노회찬(55) 진보신당 상임고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양현주 부장판사)는 28일 통신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노 진보신당 상임고문의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만약 이번 판결이 확정이 된다면 노 상임고문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자격을 잃게 된다. 노 상임고문은 판결 후 재상고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녹취록에 등장한 이들의 실명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과 달리 면책특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언론사는 물론 기사를 실시간으로 올리지만 비실명처리를 하는 등 선별과정을 통해 문제가 될 부분을 별도로 처리ㆍ게재한다”며 “만약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타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후 이 또한 면책특권이라고 주장한다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의 명예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소수정당 의원으로서 충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해왔으며 재벌과 검찰의 비리를 언론에 알리고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실명공개에 이르렀다는 점, 민주화 운동으로 징역형을 받은 전과가 있어 선고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며 형을 정했다.
이날 선고 후 노 상임고문은 “유죄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서 면책특권 범위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다투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국회의원의 행위에 면책특권을 인정해 준 것은 20여 년 전의 일”이라며 “대법원에 변화한 언론 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판단을 다시 요구할 예정이며 법원은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심은 노 상임고문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떡값 검사 명단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것은 언론의 보도편의를 위한 것으로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며 "(떡값검사 실명이 명시된)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 통신비밀을 공개한 행위는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X파일 사건’은 지난 1997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전ㆍ현직 검찰간부들에게 ‘떡값’을 줬다는 대화 내용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가정보원) 도청조직 '미림팀'이 불법도청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노 상임고문은 2005년 8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 앞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X파일 속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