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형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12일 금융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이 건설 경기 급랭에다 은행권의 무차별적인 자금 회수로 자금난에 빠지게 되자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로 급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건설업체는 미분양 주택 급증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간 거래해온 시중은행마저 대출 상환을 요구하자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라도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입장에서도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부도 위험이 낮은데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대출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하도급 순위 10위권 내에 드는 대형 건설업체들도 은행권의 공격적인 대출 회수 및 상환 압박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권은 핵심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데다 신성건설 법정관리 신청 등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 공포가 확산되자 우량ㆍ비우량 건설회사를 가릴 것 없이 만기 대출 상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최근 3~4년간 건설 경기가 좋을 때 건설업체들이 대거 발행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의 상환을 독촉하고있다. ABCP는 PF대출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건설회사에서 발행한 유동화 증권으로 만기가 3개월, 6개월 등으로 짧아 단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이용돼 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건설사들이 발행한 ABCP 잔액은 15조원 안팎에 이른다. 저축은행은 은행이 보유한 ABCP 상환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건설업체가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나 땅을 담보로 잡는다. 저축은행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1~2개월 사이에 대형 건설회사들이 은행권의 ABCP 만기 자금 상환을 위해 잇달아 저축은행 창구를 찾고있다"며 "IMF 사태 이후 하도급 순위 10위권 내의 건설사가 저축은행을 찾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은행권이 대출 회수, 특히 만기가 돌아오는 ABCP에 대한 상환 압박을 가하고있지만 자금조달 방법이 없어 속이 타고있다"며 "그나마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만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 8% 내외의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시중 자금을 대거 유치,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한 대형 저축은행들이 건설업체들에 대한 고금리 대출을 통해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