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장. 30대 젊은 부부부터 60대 노인까지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주최측의 얘기를 하나라도 놓칠라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는 이모(63)씨는 “은퇴 후 이민을 계획중인데, 정보수집을 위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끼리 나란히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손성희(여ㆍ63)씨와 이민숙(여ㆍ64)씨는 “노후 사회보장이 잘 돼 있는 미국으로 함께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영주권도 받고 투자자금에 대한 일정한 수익도 보장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이민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1인당 투자금액이 50만 달러로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산층을 공략한 프로그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연리 8%대의 고수익을 보장하거나 5년내 원금 환불 조건을 내걸고 있는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어 미국 이민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로 고소득층을 상대로 미국 이민을 주선하고 있는 윤창희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필라델피아 등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외국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투자이민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며 “주 정부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매우 낮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미국 코케어 병원에 1인당 10만 달러를 투자하게 되면 연리 8%대의 수익보장과 함께 원금은 5년내 환불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1년내 가영주권이 주어지며, 투자 성공여부에 따라 4~5년내 영주권까지 지급되는 등 비교적 조건이 좋은 편이라는 게 윤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민 업계에서도 지금까지 나온 투자이민 프로그램 중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변호사는 “투자이민(EB-5) 비자는 소액투자 비자(E-2)처럼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체를 운영해야 할 의무도 없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1인당 투자금액도 낮아지는 등 고소득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이민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법부법인 시공의 이훈 변호사는 “최근 들어서는 이민 투자금액이 1인당 50만달러로 낮아지고 있다”며 “투자이민 문턱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위험 등을 꼼꼼히 파악하지 않고 선택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변호사는 “투자이민 프로젝트의 특징은 미 정부가 투자진척에 따른 고용효과를 검토해 영주권 발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더러 실패할 수도 있다”며 “투자리스크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원금회수 보장 등 100% 확실한 약속은 아무것도 없다고 봐도 된다”며 투자주의를 당부했다.
I&I이민법 사무소의 정혜진 변호사도 “투자이민은 최근에 갑자기 부각됐다기 보다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정부가 투자이민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며 “투자금액 등도 낮아지고 있어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투자이민(EB-5)
외국인이 미국 내에 설립된 신규 영리회사에 합법적 취득 증빙이 가능한 자신의 자본금을 투자해 10명 이상의 신규고용인을 직접 창출한 경우 2년 유효 조건부 영주권을 우선 주고, 2년 후에 조건이행(고용창출) 여부를 확인해 조건 없는 영주권으로 전환해 주는 이민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