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헌재의 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지 않는 한 어떤 형태의 수도 이전도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재 결정으로, 정권 차원에서 추진해온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을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개헌을 해서라도 재추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탓이다.
비록 청와대는 외관상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적어도 포기하려는 기류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극적인 반전을 꾀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헌재가 인용한 `관습헌법' 법리에 반론을 집중 제기하며 `국민투표' 회부 방안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행정수도 건설사업이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꺾인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헌재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제사장'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헌재 결정으로 수도이전특별법상의 법적 활동이 중단됐을 뿐 앞으로 위헌 결정에 따른 해석과 판단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헌재가 성문헌법이 아닌 관습헌법을 근거로 결정을 내린 것은 성문법 체계인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뒤집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정치적으로 봐서는 국민투표로 가는게 옳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 헌법은 세세한 내용까지 다룬 성문헌법이어서 관습헌법을 논할 여지가 없다"거나 "관습헌법을 개헌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의적 판단이며 논리적 비약"이라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헌재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관습헌법을 인용한 것은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고 국기를 흔든 일이었다"며 "민주적 권력침탈행위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 일각에선 `수도가 꼭 서울이 아니고 다른 지역이 될 수도 있다'는 관습의 변화만 확인하면 굳이 개헌을 하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다시말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변화된 관습을 확인하면 현 정치구도상 현실성이 거의 없는 개헌을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개헌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거나 국민다수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할 때만 가능한데, 개헌으로 바로 가기에 앞서 개헌이 가능한지에 대한 국민의사를 묻는정치적 절차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른바 `선(先) 국민투표, 후(後) 개헌여부 결정'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헌재가 최종 결론을 내린 사항을 국민투표에 붙일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아 청와대가 실제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을 지는미지수다. 게다가 현재까지 나타난 국민 여론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 , 일부 수석들과 조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뉴스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했을 뿐 향후 대응책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