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수출부진…대책없나

신흥시장서 수출활로 찾는다올해 수출 목표액은 1,918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0% 늘어나야 달성이 가능하다. 이는 하강국면의 미국경기가 하반기에 연착륙하는 전제가 깔렸고, 일본의 경기변수도 거의 감안하지 않은 전망치다. 세계경기를 좌우하는 미국 경제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일본의 경기마저 복합불황에 허덕이자 지난 3월중 수출이 23개월만에 마이너스(0.6%)로 돌어섰다. 우려하던 미ㆍ일 경제위기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엔저 불똥으로 환율상승(원-달러) 효과가 반감한데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능성이 제기돼 환율시장여건에 '수출한국호'가 격량에 휘청이고 있다. 수출 감소 원인을 지역측면에서 따져보면 대미ㆍ대일 수출 급감에서 비롯된다. 미ㆍ일 수출비중이 33%에 이르고 반도체경기에 민감한 수출구조를 감안하면 수출부진은 예견된 상황.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일 중국과 중남미등 유력 신층시장에 대한 수출마케팅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수출진흥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은 대통령과 국무총리ㆍ실물부서 장관이 세일즈에 직접 나서고 투자ㆍ무역사절단을 파견하는등 수출마 케팅에 범 정부차원의 총력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풍부한 오일머니를 보유한 중동지역의 플랜트 수출을 촉진하도록 수출금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불투명한 미국과 일본 경기 회복에 목매기 보다는 신층 시장을 공략해 수출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대책으로 수출신장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단기간에 수출다변화를 꾀하고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상열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심의관은 "정부로선 직접적인 수출진흥책을 펴기에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최근의 수출부진 원인이 미국과 일본 경기등 외풍에 따른 현상인 만큼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마케팅활동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ㆍ일의 의존도가 낮은 선박과 기계류등은 꾸준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북미수출의존도가 10%이하인 선박은 3월중 27%늘어났고, 수출선이 다변화된 기계류 역시 중동과 유럽지역 수출이 66%와 46% 증가했다. 반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53%와 40%차지하는 반도체와 컴퓨터는 3월중 각각 24%와 9% 줄었다. 수출의 40%가량을 소화해 내는 아시아지역도 미국과 일본 경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출 편중 못지 않게 일본 경기침체에 따른 엔저현상도 우리로선 부담이다. 원-달러환율이 오르는 것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엔-달러환율 상승이 원화가치 절하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ㆍ일 양국에 엔화안정을 위한 노력을 적극 요청하는 한편 환율안정을 위해 역외선물환시장(NDF)에 적극 개입한다는 방침. 특히 급격한 엔저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미ㆍ일 양국에 적극 설득할 예정이다.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유력 신흥시장으로 꼽고 있는 중국시장 진출차질을 물론 세계시장에서 한국상품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엔저 현상에 대해 우리가 대응할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환율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업투자 심리회복과 수출경쟁력 제고등 실물경제차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멀지만 확실한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거시경제 안정이 필수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과 환율등 거시경제가 수출의 발목을 잡게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물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마인드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과감한 금융 세제지원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구찬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