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일본 부동산 돌아오는 외국인

아베노믹스·올림픽개최 호재에 부동산거래 10년래 최대폭 증가
대규모 개발사업도 줄 이어 해외 국부펀드 등 매입 서둘러


일본 부동산 시장이 '아베노믹스'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이라는 양대 호재로 후끈 달아오르면서 글로벌 투자가들이 도쿄를 비롯한 일본 주요 도시들로 앞다퉈 몰려가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나고 경기회복 기대감에 굵직한 개발사업이 줄을 잇는 가운데 최근에는 일부 국부펀드들도 일본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일본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활기를 띠면서 일부 국부펀드를 포함한 해외 투자가들이 일본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 카타르투자청(CIA)은 최근 도쿄의 볼링장을 매입했고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금(SOFAZ)은 도쿄 긴자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티파니빌딩을 사들일 계획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도 도쿄의 결혼식 명소인 메구로가조엔 건물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 3월 프랑스 보험사 악사그룹이 나카노센트럴파크 동관을 매입했다.

몇몇 사모펀드들이 명맥을 이어가던 일본 부동산 시장에 국부펀드를 포함해 큰손 기관투자가들이 몰려드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의 장기적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일본 부동산 거래는 전년 대비 72% 늘어난 4조1,080억엔(약 41조원)을 기록했다. 거래 증가율만 놓고 보면 과거 10년래 최대폭이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존스랑라살은 올 회계연도에도 부동산 거래액이 전년 대비 20~3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가치를 나타내는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e), 즉 부동산 매입가 대비 투자수익도 3.5%까지 올랐다. 0.6%에 그친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투자회사 안젤로고든앤코의 존 다나카 이사는 "자금조달 비용이 세계 최저 수준인 일본에서 적당한 차입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살아난 바탕에 있는 것은 물론 일본 경제에 부는 훈풍이다. 아베노믹스의 경기회복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본에서는 대형 부동산 개발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11일 도쿄 도심 한가운데에는 높이 247m의 초고층 복합빌딩 '도라노몬힐스(사진)'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세이부철도는 도쿄 이케부쿠로역 주변 일대에 대한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40년 만에 역사 전면 리뉴얼에 더해 인근에 위치한 옛 본사 건물을 이 지구 최대의 임대오피스 건물로 재건축하게 된다.

이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20년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건축전문지 닛케이아키텍처에 따르면 도쿄 미나토구와 주오구·지요다구·고도구 등 4개 구에서 현재 예정된 1만평 이상 대형 건물 건설사업의 총면적은 무려 1,015만평에 달한다.

도이치증권의 오부 고이치로 디렉터는 "일본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외국계의 투자 결정이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투자가 대부분 도심의 A급 오피스 건물에만 몰려 있어 오피스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B급 건물에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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