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요? 의외로 간단해요. 사람들이 많이 사 입을 옷을 찾아서 파는 거죠” 지난 21일 눈이 녹지 않은 정릉동 골목길을 한 참 헤매다 찾은 ‘팥찌’ 작업실.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심윤정(25)씨의 대답은 다소 실망스럽다. 너도 나도 온라인쇼핑몰 운영에 뛰어드는 전쟁터에서 월 2억원의 매출을 올린 주인공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녀가 말하는 비결은 발로 뛴 만큼 매출이 늘어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 근무를 하며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로 인터넷 쇼핑몰을 하면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어요. 오프라인 매장보다 먼저, 더 많이 뛰어도 성공하기 힘든 곳이 인터넷 쇼핑몰인 것 같아요” ‘팥찌’는 G마켓, 옥션, 네이트몰 등에 입점해 있는 여성 캐주얼 의류 인터넷 숍. 올 2월 문을 열어 ‘대박 스커트’라는 이름의 상품을 히트 치며 4~5월 두 달 동안 단일 제품을 4,000장 이상 판매했다. 10월에는 누비 점퍼만 6,000장 넘게 팔기도 했다. 누비 점퍼 가격이 3만7,800원 정도이니 한 제품만으로도 2억이 훌쩍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심 씨는 몇 해전 화제를 모았던 4억원 소녀와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2억원 소녀 이런 말 별로 듣기 안 좋더라구요. 대박 스커트가 이름처럼 대박이 나며 매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 멀었어요. 요즘도 제품 하나가 옥션이나 G마켓에 올라갈 때마다 가슴이 콩콩 뛰어요” 심 씨가 대학교를 졸업 하고 처음 취직한 곳은 도로시라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에 일자리를 구한 데다 평소 옷을 워낙 좋아해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배웠다고 한다. “컴퓨터를 전공한데다 옷도 좋아해 인터넷 몰에서 일하는 게 재미있었죠. 근데 시간이 지나니 ‘이런 옷이 잘 팔릴텐데’, ‘나라면 이런 옷을 팔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직장 잘 다니던 친구 박혜진씨를 꼬드겼다고 말하는 심 씨는 박 씨와 함께 500만원을 들고 작업실과 컴퓨터, 카메라 등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준비했다. 막상 꼬박꼬박 받는 월급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려니 겁은 났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본다는 생각에 일을 저질렀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아는 분의 소개로 집 주변의 20평 남짓 되는 지하실을 작업실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잡지를 뜯어 직접 도배를 했다. 지금도 ‘팥찌’ 작업실의 벽은 온통 패션 잡지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있는 장판도 최근에 깐 거예요.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잡지 사진으로 도배를 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잡지를 붙이지 않았냐는 말도 많이 들어요”라며 웃는다. 돈줄이 말라가던 ‘팥찌’를 구원해 준 것은 처음 기획해서 만든 거즈(무명베) 소재의 플레어 스커트. 대박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대박 스커트’라는 이름도 붙였다. 이름이 행운을 가저운 것일까. 4월과 5월 두 달 동안 4,000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팥찌’를 인터넷 의류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팥찌’의 주인장이 말하는 성공비결은 뭘까. 심 씨는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첫번째 상품인 ‘대박 스커트’가 히트 상품이 된 비결에 대해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쓴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대부분 인터넷 의류 쇼핑몰이 특정 연령층이나 브랜드 스타일의 매니아를 겨냥한다면 팥찌는 20대에서 40대까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팔아요. 대박 스커트도 고무줄을 넣어 44사이즈든 77사이즈든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든 게 인기를 끌지 않았나 생각해요” 팥찌는 이쁘고 화려한 옷 보다는 평소에 편하게 잘 입고 다닐 수 있는 옷을 주로 취급한다. 추리닝에 티셔츠를 입어도 스타일리쉬함을 뽐내는 헐리우드 영화배우 올슨자매가 심 씨의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언니(심씨보다 박씨가 2살 위)하고 스타일이 많이 틀려서 가끔은 의견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 옷을 찾아 판다는 원칙에서는 신상품을 고를 때나 인터넷에 올릴 때 의견이 일치해요”라고 심씨는 말한다. 편안한 옷을 판매하지만 앉아서 일을 하지 않는 억척스러움은 ‘팥찌’만의 무기다. 오전 8시에 동대문시장으로 출근해 어떤 신상품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오후에는 배송작업, 저녁에는 신상품 사진촬영 및 포토샵을 한다. 퇴근은 새벽 2시. 퇴근 하기 전 주문도 한다. ‘대박 스커트’를 판매할 때는 4,000장이 넘는 옷들을 일일이 다 검사하기도 했다. “거즈 소재는 불량이 많아요. 30% 정도는 불량이죠. 일일이 검품하고 배송하다 보니 하루에 2시간도 못 잤을 거예요” 동대문 시장에서 심 씨와 박 씨를 아는 상인들은 두 사람을 부지런하면서도 악착 같은 장사꾼으로 기억한다. 인터넷 의류판매는 24시간 오픈돼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미지로 제품을 보여야 하는 게 큰 숙제라고 심씨는 말한다. 디자인은 엇비슷해도 원단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지만 사진상으로는 차이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팥찌는 고객무료배송과 불만족시 반품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제품 가격에 배송비가 이미 포함돼 있긴 하지만 실제 제품을 보여 주지 못하는 인테넷 쇼핑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홍윤희 옥션 마케팅실 차장은 “팥쥐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여성들이 원하는 입기 편한 스타일을 콕 찝어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이라며 “이런 아이템은 인터넷 쇼핑몰의 한계를 벗어나 대량 판매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올 겨울 ‘팥찌’가 준비한 아이템은 얇은 패딩 자켓에 조끼. 또 하나의 대박상품이 되기를 기원하며 사진작업, 신상품 선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3년 뒤엔 패션 트렌드를 만드는 의류 도매상을 해보소 싶다는 팥찌 창업자들. 기획ㆍ디자인에서 직접 생산하는 영역으로까지 확대해 ‘팥찌’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을 늘려나가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