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에 악취..대출비리 만연

'검은돈' 고리로 수백억 선심쓰듯 대출

수조원의 공무원 연금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간부들이 거액의 뇌물을 대가로 수백억원을 민간분야에 대출해줬다가 검찰에덜미를 잡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전.현직 인맥을 통해 검은돈을 주고 받으며 수백억원의연금을 선심쓰듯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와있음을보여줬다. 따라서 공복으로 수십년간 헌신해온 퇴역 공무원 약 100만명의 노후생활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는 공단의 복지기금 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단의 대출 과정이 이사회 심사를 거치는 등 형식적으로는 법적 절차를 따랐지만 뒤로는 `블랙머니'가 오가는 등 대출 시스템 자체에 중대 부조리가 나타난 만큼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맥 통한 대출 청탁ㆍ금품수수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 사업이사 이모씨와복지시설건설단장 박모씨에게 대출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S시행사 대표 김모씨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직 과장. 용인시 삼가동에서 아파트 건설 사업을 벌이던 그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심사에 관여한 이씨에게 1억1천만원의 뇌물을 주고 260억원을 끌어왔다. 김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뇌물을 고리로 돈독해진 공단의 고급인맥을 활용해 대출브로커로도 수완(?)을 발휘했다. 수배 중인 장모(53)씨와 제주 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던 G사 대표로부터 대출청탁과 함께 알선료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아 이중 1억원을 복지시설건설단장에게 건네주고 대출을 성사시킨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처음 대출 심사에서 떨어졌던 G사는 김씨 등에게 50억원의 알선료를 제공한 뒤 5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여부를 결정짓는핵심요인은 뇌물임이 확인된 셈이다. 전.현직 간부들이 검은돈으로 연결된 먹이사슬을 통해 수백억원의 연금을 관리해온 것이다. ▲`연금 운용' 감시 시스템 대수술 필요 =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5건의 사업 중3건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액이 오간 데서 드러나 듯 천문학적 액수의 공단 연.기금 규모에 비해 대출 과정은 매우 부실했다. 공단은 적법절차를 밟아 대출을 결정했기 때문에 법적으론 하자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의 대출 대상을 선정하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 검은돈이 결정적으로 위력을 발휘한다. 통상 공단의 대출은 실.처장 회의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뤄지지만 뇌물이 개입되면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 조사 결과 `어디에 자금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에 힘을 미칠 수 있는 직위에 있는 공단 임원들이 뇌물 상납업체에 대출토록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은 설립 이후 독자적으로 주택사업 등을 벌여왔지만 최근 은행 금리가 갈수록 떨어지는 등 수익률이 낮아지자 2002년 이후 민간 기업과 제휴해 투자 사업을 벌여오면서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 심사는 비교적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뇌물 청탁의 소지가 거의 없는 반면, 연금 투자는 공단 내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감시 시스템이 부실할 수 밖에 없다.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공단측은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단측은 "사업 안전성을 위해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투자 원리금 회수와 사업 진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기금 손실 가능성도 없다"고해명했다. 1982년 2월 설립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공무원 퇴직급여 등을 관리하면서 공무원임대주택 건설 등 각종 주택사업과 복지사업을 벌이는 곳으로 회원만 100만명에육박하고 연간 굴리는 연.기금이 5조원을 넘는 `공룡조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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