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컵라면의 화끈한 반란

모디슈머 열풍 힘입어 국물있는 라면 제치고 편의점 판매 1위 이변



매운 라면이 국물 있는 라면을 제치고 편의점 컵라면 판매 1위에 등극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23일 GS25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큰컵불닭볶음면(컵라면·사진)이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기존 강자인 농심 육개장사발면800(컵라면)을 제치고 2월 현재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큰컵불닭볶음면의 매출은 1위에 오르기 직전인 9월에 비해 129.4%나 늘었다. 국물 없는 라면이 편의점에서 국물 있는 라면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이유가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물 있는 컵라면보다 상대적으로 편의성이 떨어지는 국물 없는 매운 볶음면이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물 있는 컵라면의 경우 물만 붓고 3분만 있으면 금세 먹을 수 있지만 비빔면은 물 조절이 필요해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더 소요돼 편의점 인기 제품으로 뜨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파란을 연출한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모디슈머' 열풍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컵불닭볶음면과 삼각김밥, 치즈를 함께 먹는 레시피가 인터넷과 SNS 등에서 확산되며 젊은 층 사이에서 큰컵불닭볶음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봉지면 레시피가 유행했다면 올해는 컵라면, 특히 큰컵불닦볶음면의 다양한 레시피가 쏟아지고 있어 모디슈머가 봉지면에서 컵라면 시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의 급습은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에서는 국물 없는 컵라면 카테고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큰컵불닭볶음면이 부동의 절대 강자인 농심 짜파게티를 제치고 현재까지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 큰컵불닭볶음면의 매출은 짜파게티 컵라면 매출을 17.3% 앞선 이후 갈수록 격차를 벌려 지난 17일 현재 짜파게티보다 54.6%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현재 롯데마트에서 국물 없는 컵라면 시장 점유율은 큰컵불닭볶음면이 32.2%로 1위를 차지했으며 짜파게티가 23.8%, 농심 하모니 고추장비빔라면이 21.0%, 농심 사천짜파게티가 10.8%가 그 뒤를 이어 매운 비빔면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국물 없이 비벼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이나 비빔면이 새로운 레시피를 탄생시키는 데 최적이기 때문에 불닭볶음면이나 짜파게티가 모디슈머들 사이에 인기"라고 분석했다.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한 '매운 비빔면'이라는 틈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라면업체들이 잇따라 미투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불낙볶음면'으로 편의점 시장에 뛰어든 팔도는 이달부터 대형마트 판매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팔도는 올 상반기중에 매운 비빔면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여 쌍끌이로 시장을 장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지난달 '하모니 고추장 비빔컵라면'을 내놓고 열풍에 가세했으며 오뚜기 역시 매운 비빔면 신제품 출시를 준비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팔도 비빔면 같은 기존 비빔면(봉지면) 카테고리가 있었던데다 불닭볶음면이 컵라면 시장까지 세를 확장하면서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얀 국물 라면 열풍 당시와 달리 매운 비빔면이 반짝 특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업체들의 신제품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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