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도 몸 상태, (골프를 대하는) 태도와 느낌이 좋습니다. 우승도 기대됩니다."
한국 남자골프의 대들보인 '탱크' 최경주(45·SK텔레콤·사진)가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목표와 각오를 밝혔다. 최경주재단 소속 꿈나무 골프선수들과 함께 중국 광저우에서 보름 동안 동계훈련을 마치고 앞서 9일 일시 귀국한 그는 이날 저녁 하와이로 떠났다. 오는 16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으로 올해 공식 대회 일정을 시작한다.
최경주는 "지난해 11월부터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트레이너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훈련했던 과거와 달리 내 스스로 몸을 만들었다"며 골프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상태가 달라진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통산 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그는 "최근 2~3년은 아빠, 가장의 역할에 골프 만큼이나 신경을 써야 할 시기였다. 솔직히 연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광저우 전지훈련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단 소속의 어린 선수들과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함께 하면서도 체력이 뒤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매년 샷 거리가 70㎝ 정도씩 줄었는데 올해는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난해에 좋지 않았던 왼쪽 팔꿈치 부분도 많이 좋아져 벙커 샷과 쇼트게임도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준비에는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이 동기를 부여한 측면도 크다. 세계연합팀과 미국대표팀의 대항전인 이 대회에서 최경주는 세계연합팀의 부단장에 임명됐다. 그는 "선수로 뛰어야지 부단장으로서 무전기를 들고 코스를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2008년 한때 세계랭킹 5위까지 올랐다가 현재 117위인 그는 선수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이 대회 전까지 PGA 투어에서 1승과 2위 2회 등의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최경주는 "이제 45세를 넘었고 최근 PGA 투어에서 이 나이대의 우승자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시니어 투어로 넘어가기 전 PGA 투어에서 온 힘을 다할 수 있는 기간은 3년 정도"로 봤다. 이에 맞춰 "그 동안 쌓은 경험을 잘 활용해 우승 기회가 올 만하다고 생각하는 4~5곳의 코스에 중점을 두고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최경주는 PGA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것을 선수로서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는 8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