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두뇌 유출 심각하다

美 학위 취득후 미귀환 연구인력비율 러시아보다 높아


미국에서 공부한 후 본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연구인력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뇌유출(brain-drain)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미해 향후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범정부 차원의 고급인력 유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 2005년 판 과학기술산업 보고서(STIㆍScience Technology Industry)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교수 연구인력(자연ㆍ공대ㆍ사회과학대) 1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에서 석ㆍ박사를 취득한 후 귀국하지 않은 연구인력 비율은 12.6명(2003년 기준)에 달했다. 이는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교수 연구인력의 12% 정도가 미국에서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본(2.0명), 대만(5.8명), 스위스(3.2명)보다 3~5배 높으며, 특히 두뇌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러시아(8.2명)보다도 4.4명이나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의 두뇌인력 전체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STI 보고서에 의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고급 인력은 95년에서 2004년까지 연평균 9.3%씩 늘어났다. 이는 룩셈부르크(연평균 증가율 17.9%), 슬로바키아(11.3%)에 이어 3위에 해당하며 중국(4.6%)보다도 앞선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인구 45만명의 유럽 소국이고 슬로바키아 역시 인구가 460만 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고급 인력의 미국거주 증가속도는 사실상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미국 내 박사 학위 취득자 중 30%는 한국에 돌아올 의향이 없는 등 두뇌유출이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의 김기완 박사는 “두뇌유출이 예상보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외국 전문인력과 국내파 해외 고급 인력 유치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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