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찰의 '몸통'이라 자처했던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그의 지시를 받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최종석(42)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불법 사찰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들이 기소되면서 검찰 수사는 지난 2010년 1차 수사보다 앞서 나갔지만 돈 뭉치의 배후를 밝혀낼 물증이 없어 ‘윗선’을 잡아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는 20일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물건 손상교사 혐의로 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KB한마음 대표이사였던 김종익에 대한 불법사찰 등 민간인 불법사찰의 전모가 드러날 것에 대비해 대포폰을 이용해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사찰과 관련된 주요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손상할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을 공모한 이들의 지시로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은 검찰 압수수색을 이틀 앞둔 2010년 7월 7일 하드디스크 4개를 떼내 자력으로 하드디스크를 훼손하는 '디가우징'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3일 이들을 구속한 뒤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39)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과 대질조사를 벌이는 등 추가적인 혐의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소로 이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수사가 매듭지어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확답을 유보하며 추가 수사가 계속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