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균형하의 환율정책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아직도 고용과 성장을 위해 수출주도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개방된 환경에서 자본흐름이 자유로운데도 시장발전의 제약으로 인해 포트폴리오보다는 직접투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고용과 성장에 긍정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갖추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은 구조적으로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과 상충관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 과거의 경제운용방식은 자본흐름이 자유로운 여건하에서 시장형성을 저해시키고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달러 등 기축 통화간의 환율전쟁은 이제 아시아 통화의 절상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환율불안 원인은 본질적으로 교역상의 불균형보다는 역내 자본 환류가 어려운 자본계정상의 금융 불균형(financial imbalance)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확대와 아시아지역의 흑자누적은 결국 달러표시 자산수요에 대한 급격한 조정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적자를 확대시키지 않으면서 성장하려면 긴축내지는 다른 주요 경제블록이 조기 회복되어야 하나 상호 의존적 구도하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모두 본격적인 실물부문의 조정보다는 현 구도하에서의 회생을 선호하게 된다. 외환위기이후 환율변동폭을 확대하기는 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환율움직임에 민감하다. 당장 대내부채문제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은 유일한 성장동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마저 위축될 경우 경제체제 전반의 위험이 높아지기 쉽다. 결국 그 동안 환율조정을 자유롭게 허용할 수 없는 아시아권과 달러약세를 통해 대내외 불균형을 시정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간의 줄다리기는 이제 세계적인 이슈로 확대되었다. 불행히도 상호 의존적인 경제구도하에서 자본계정과 관련하여 취약한 아시아 경제블록의 조정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 현 환율불안의 실상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 위엔화가 중국의 기초여건과 무관하게 약세압력하의 달러에 페그된 점은 현 환율불안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2월초 선진 7개국(G-7) 회의에서 거론될 환율문제는 결국 적당한 양보와 공조체제의 강화노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G-7이외 국가들의 불안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엄연한 사실은 현재의 불안한 균형상태가?역내의 금융 불균형을 해소할 기본적 시장여건, 즉, 개방금융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은 국가에게 과도한 조정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정부의 NDF규제조치는 일견 비용을 줄이는 개입의 일환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실상 제한된 효과나 시장발전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할 때 부작용이 더 큰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개방된 환경에서 시장간섭을 통한 안정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금융 불균형의 조기 해소여지가 커질수록 시장안정의 지속성은 높아지게 된다. 시장은 가끔 불안정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일방향(one-way) 기대를 강화하는 식으로 시장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왜곡과 마찰만 심화된다. 이보다는 역내협력차원의 노력을 강화하여 기초여건과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환율불안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시장자체를 개입을 통해 안정시키려는 노력은 우리 스스로 효율적 안전장치를 사전 포기하는 셈이다. 개방환경에서 효율적 위험분산이 가능하려면 다양한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통해 규모를 늘리는 것만큼 유효한 정책이 없다. 시장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운용이나 각종 시장 인프라 구축이 가급적 정부 간섭 없이 자발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의 실패는 정부의 직접적 개입보다는 가급적 스스로 보정되는 것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가끔 역류하는 시장흐름을 차단시키 보다는 정상적 흐름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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