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노사정위 복귀] 민노총 단병호원장 시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장외에서 겉돌던 노정(勞政)관계가 대화의 무대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段 부위장의 단독출마는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투쟁 일변도의 대정부 노선이 바뀔 수 있는 계기기 될 전망이다.정부와 재계도 이같은 양대 노총의 행보가 새로운 노정관계와 노사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화의 물꼬는 터졌다=한국노총은 30일 오후 2시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산별노조 대표자회의를 열어 노사정위에 복귀키로 결의하고 복귀 시기와 방법은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박인상(朴仁相) 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면담하고 노정합의에 대한 이행의지를 재확인받은 뒤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면담은 金 대통령이 APEC(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 정상회담 참석차 오는 9월10일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9월 중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노·사·정 3자의 대화의 장인 노사정위가 6개월여만에 재가동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민주노총도 지난 29일 마감한 위원장 및 사무총장 보궐선거 후보등록에서 段 부위원장과 李수호 전교조부위원장이 러닝메이트로 단독 출마, 오는 9월17일로 예정된 보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段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주력부대」인 금속연맹위원장을 지내면서 노동운동의 핵심주체로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는 합리주의자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段 부위원장의 단독 출마는 어려운 시기에 민주노총이 단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노총의 노선이 과거에 비해 보다 유연하게 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段 부위원장도 위원장 보선에 단독 입후보한 뒤 『정부와 사용자측의 향후 행보 등을 감안해 조합원들의 토론을 거쳐 노사정위 참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위가 노동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며 노사정위 불참을 공언한 전임 이갑용(李甲用) 위원장 체제에 비해 신축적인 대정부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쌓여있다=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참여와 민주노총의 대화에 대한 유연한 자세로 노정대화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나 노정간에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아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먼저 제3기 노사정위가 다뤄야 할 과제는 지난 6월25일 이뤄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근로시간단축 등 35개항의 노·정합의와 사용자측이 요구중인 임금체계개선 등이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의 경우 노동계는 노동현실을 고려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용자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문제 역시 노동계는 임금삭감없이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사용자측은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임금체계의 개선과 연계해 다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공기업 구조조정을 놓고 개별 사업장별 단체협약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과 단체협약은 존중하되 정부당국의 구조조정 의지를 훼손시킬 수는 없다는 정부측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도 「段炳浩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곧바로 노사정위에 복귀하는 등 급격히 유화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 한파를 거치며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조합원들의 투쟁열기가 떨어지는 등 내부 조직정비가 우선 시급한데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할 만한 명분도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1기 노사정위에서 약속했던 초기업단위 노조 허용 구속 노동자 석방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동시간 단축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쨋든 「段炳浩 체제」가 전임 「李甲用 체제」의 「투쟁일변도 노선」에서 대화와 투쟁을 병행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노동정책도 순발력있는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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