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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한화큐셀이 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벤처기업인 '1366 테크놀로지' 지분 6.3%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큰 액수를 투자한 것도 아니었고, 벤처 투자의 특성상 실패의 위험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후 5년이 지난 지금, 세인들의 걱정은 기우였고 오히려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큐셀이 마침내 투자의 결실을 맺게 됐다. 1366 테크놀로지가 태양광 웨이퍼의 생산 원가를 절반으로 줄일 기술을 조만간 상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9일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1366 테크놀로지와 함께 다이렉트 웨이퍼(Direct wafer)의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테스트 작업에 착수했다.
1366 테크놀로지가 올해 3·4분기에 다이렉트 웨이퍼 공장을 착공, 내년까지 250MW 규모로 완공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큐셀 역시 내년부터 다이렉트 웨이퍼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1366 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인수한 후 다이렉트 웨이퍼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에 매진해왔다.
이 기술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기존 생산 과정에서 잉곳 단계를 생략할 수 있게 해 준다. 액체 상태의 실리콘에서 바로 웨이퍼를 생산하기 때문에 재료 손실이 덜하고, 결과적으로 생산 기간과 비용도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5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신재생 에너지 전문지인 클린테크니카는 이 기술에 대해 "태양광 발전의 비용을 석탄 화력발전 이하로 낮춰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 전이라 이 기술을 한화큐셀만의 경쟁력으로 활용할지, 라이선스료를 받고 타사에도 제공할지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꾸준히 기술에 투자해 온 한화가 또 하나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0년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한화는 1366 테크놀로지 같은 벤처기업 투자에 이어 지난 2012년에는 독일 큐셀을 인수, 유럽의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는 "비용·효율을 개선한다면 태양광 발전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통합돼 한화큐셀로 출범한 현재 기존의 한화큐셀 독일 본사는 기술혁신센터로 바뀌어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대전의 태양광 연구소가 협업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한화는 태양광 발전 효율을 높여주는 퀀텀 기술, 안티(Anti)-PID 기술 등을 확보해왔다. 한화 관계자는 "수년 내로 태양광 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미리 기술력과 생산 능력,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