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스님 등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당초 '원천징수'에서 '자진신고·납부'로 완화한 법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치권은 몸 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기획재정부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교인 소득이 '원천징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개신교계 일부에서 볼 때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셈이다.
수십년에 걸친 해묵은 과제임에도 집권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총선(2016년 4월)을 치르려면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내부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수도권에서는 2,000~3,000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신교계에서 반발하면 큰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야당은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개최한 종교인간담회에도 불참하는 등 "여당이 먼저 총대를 메라"고 미룬다.
그동안 종교인에 '비과세 특혜'를 부여해온 정부는 '자신신고·납부' 방식에다 저소득 종교인에게는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주는 개정안이라도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원천징수와 가산세 규정이 없어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도 배제돼 있다. 일부에서는 EITC로 인해 정부에서 종교인들을 지원해야 해 세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우려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허울뿐이라는 지적마저 나오지만 기재부는 조세정의와 형평성을 강조한다. 만약 '자진납세'를 담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지난해 말 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종교인 소득을 기타 소득 중 사례금에 포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종교인들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는 세수증대보다 조세정의를 목적으로 하며 EITC에 따라 오히려 세수가 줄 수도 있다"며 "국회에서 법이 개정돼 원천징수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신교계 일부에서는"종교탄압"이라고 반발한다. 종교 고유의 영역을 존중해달라는 뜻도 있지만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횡령·배임이 심심찮게 터지는 대형 교회의 실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신교의 주요 교단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지만 '합동' '고신' '합신' 등은 반대한다. 반면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고 있고 불교도 속은 편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기재위 조세소위원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종교인들이 소득을 종교활동비 등으로 대부분을 처리하더라도 근거를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다"며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원천징수를 담은 시행령이 기다리고 있는데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