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협상 타결이 오히려 중동지역 핵확산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이란과의 협상타결로 핵무기 억제를 이뤄냈다고 고무돼 있지만 아랍 국가들과 전문가들은 중동과 아시아에서 핵 관련기술이 확산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란에 에너지 등 평화적 목적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했다. 뒤집어 말하면 이란은 우라늄을 농축해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과 다른 아랍 국가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빌미로 핵 관련시설과 기술확보에 나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WSJ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고위 왕족을 인용, 사우디가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를 구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전례를 들어 다른 국가들 내에서도 역시 농축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사태 이후 농축기술 확산을 막아왔으며 한국·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 등 동맹국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이란이 협상타결 이후에도 핵주권을 고수하면서 앞으로 추가 협상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취임 100일을 맞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핵시설을 해체하는 일이 없다는 점은 100% 확실하다"며 우라늄 농축 권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더욱 엄격한 조치가 없을 경우 이란 핵협상을 저지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마크 커크(공화·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이란의 핵 기반 시설이 해체되지 않으면 동료 의원들과 함께 이란에 강력한 새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초당적 법안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