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 시대의 작은 거인들'

아내와 함께 병원을 다니면서 장익춘씨에게 떠오른 의문 하나.『물리치료를 받고 나면 허리의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지지만 2시간만 지나면 다시 통증이 시작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디스크란 뼈와 뼈를 이어주는 매듭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역을 하는데, 갑작스런 외부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의 지속으로 디스크의 모양이 변형되면 디스크 내부의 수핵이 바깥으로 밀려나와 척수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유발된다. 병원에서 하는 물리치료가 바로 뼈와 뼈 사이의 간격을 넓혀주어 수핵을 원위치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뼈의 압력이 가중되어 다시 수핵이 밖으로 밀려나와 통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장익춘씨는 바로 이 점에 착안,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연구에 몰두해, 뼈와 뼈 사이를 잡아당겨 주며 지속적으로 허리에 찰 수 있는 벨트를 개발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98년 1월에 창립된 「창의 메디칼」은 1년만인 올해 매출 예상액이 400억원에 이른다. 미국, 일본 등지에 대한 수출액까지 포함해서이다. 전정봉 한국마케팅학술연구소(KMRI) 소장이 쓴 「이 시대의 작은 거인들」은 바로 이런 기업들의 성공 드라마를 매우 요령있게 정리한 책이다. 전정봉 소장은 『사실 실패한 기업들로부터 배울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서만 우리는 21세기로 넘어갈 수 있는 경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이 책은 성공기업들의 휘황찬란한 드라마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깔린 경영철학 그리고 생활의 지혜까지 함께 전해준다. 『우리 경제용어에서 사양산업이란 말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다용도 맥가이버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코웰산업을 소개한다. 칼 하면 스위스와 독일이다. 이 두 나라의 100년이 넘는 기술을 따라잡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은 스위스·독일의 고급 맥가이버칼과 중국의 싸구려 제품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웰의 박경환 사장은 값이 싸면서 스위스 제품 못지않은 맥가이버칼의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바로 틈새시장을 노릴 심산이었다. 새로운 기능을 늘리고 크기를 줄인 데다가 가격까지 아주 저렴한 제품을 개발한 코웰은 이제 35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양대를 나와 자본금 80만원으로 전기공사 기업을 세운 박기주 이사는 지능형 변전실이라는 것을 개발해 이제 세계시장을 노리는 케이디파워라는 알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이처럼 무모하게 그러나 창의력 넘치게 창업해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뒤바꿔 놓은 거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의 안방에서 세계의 가정으로 파고든 경동보일러, 외제 일색의 골프용품 시장에 도전한 랭스필드, 지구촌 곳곳에 자동텐트를 퍼트린 솔제이 등 모두 16개 기업의 이야기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통치라는 미증유의 경제사태를 겪었던 우리 모두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사례들이다. 삶과꿈 펴냄. 1만2,000원.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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