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산망 서비스 위법 아니다"

ELW 부당거래 의혹 현직 증권사 대표 법정 출석… 혐의 전면 부인
벌금형 이상땐시장서 퇴출… 증권업계 재판결과 주목

"고객에게 제공한 차세대 전산망 서비스는 외국에서는 장려되는 서비스입니다.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일면식조차 없는 초단타매매자(스캘퍼)와 증권사 사장이 어떻게 범죄를 공모할 수 있겠습니까." 증권사 전ㆍ현직 사장 12명이 기소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 거래 사건'의 첫 법정 공방전이 11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한창훈)의 심리로 열린 ELW 사건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변론을 대리한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피의자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6월23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가 스캘퍼에게 부정한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증권사 12개의 대표이사 전원을 불구속 기소한 후 치러진 첫 공판이다. 당시 검찰은 ELW의 매매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한 스캘퍼 김모씨 등 스캘퍼 5개 조직 18명과 증권사 임직원 13명을 함께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법정 공방 결과 이들 사장이 벌금형 이상의 형을 최종 확정 받는다면 시장에서 사실상 영영 퇴출될 수 있어 해당 증권사는 물론 증권업계 전체가 이번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날 공판에 출두한 증권사 사장은 최경수(61) 현대증권 대표와 남삼현(55) 이트레이드 증권 대표 두 명. 이날 재판에 참석한 사장과 이들의 변론을 맡은 대리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최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함께 법정에 나란히 선 남 대표 역시 동일한 입장을 내놓았다. 최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오종한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최 대표는 문제가 된 차세대 전산망을 정확히 모르고 스캘퍼가 얻는 수익은 일반투자자의 손실과 관계가 없으며 경쟁하는 부분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또 "현대증권이 도입해 고객에게 제공한 차세대 전산망 서비스가 외국에서는 장려되는 서비스이며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남 대표 측도 "기록을 검토하고 있어 확언할 수 없으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이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유리한 매매 조건을 제공해줬다는 혐의를 인정하면 기소된 대표들은 벌금형 이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들 임직원은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는 관측했다. 법원은 12개 증권사 대표를 기소한 사건 모두를 한 곳에 배당하기보다 공통되는 증인을 함께 부르는 방식으로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ELW 관련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 25부를 비롯해 총 네 군데다. 대신증권 임직원을 상대로 한 공판은 14일 열리며 이어 나머지 9개 증권사 재판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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