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정부 신속 과감하게(사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지금 맡겨진 초미의 과제는 단연 경제살리기다. 다음으로는 아마 정부조직 개편일 것이다. 한국이 오늘과 같은 부도위기에 처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조직의 경직성, 방만한 운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룡화한 재정경제원의 독주와 오판에 대한 견제장치 부재는 나라전체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서도 김영삼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외에는 책임지겠다는 관료 한 사람 없다. 관료주의 특유의 오만 불손이다.김당선자는 곧 발족예정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는 별도로 인사위원회·행정구조개혁위원회 등을 설치, 본격적인 정부조직개편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당선자는 정부조직의 개편방향을 군살빼기가 아닌 근본적인 혁신으로 설정하고 있다. 일단 가닥은 잘 잡은 것같다. 현 정권도 출범당시 「작은 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행정개혁쇄신위원회까지 설치한바 있다. 그러나 작은 정부는 큰 정부가 됐고 행정규제는 완화되기는 커녕 강화됐다. 기업들의 해외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부처의 이기주의와 관료주의 병폐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정부의 각종규제 혁파를 권고할 정도니 개편은 필연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정부조직의 개편방향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다.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중인 행정개혁도 기구의 대담한 축소다. 22개 성·청으로 돼있는 중앙정부조직을 1부12개 성·청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공무원도 20%(17만명)나 감축된다. 모델로 삼아 볼만하다. 정부조직 개편에서 관심의 초점은 재경원이다. 어차피 축소되어야 하겠지만 글로벌시대에 맞는 유연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또 공약에서 내무부의 축소, 공보처의 폐지 등을 내세웠다. 정보통신·복지·환경부분은 기능을 확대키로 했다. 일단은 시대상황에 맞는 개편이다. 작은 정부의 본 뜻은 될수록 규제를 줄이자는 것이다. 정부가 불필요하게 민간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작은 정부가 바로 시장개방경제에 맞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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