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저축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9년째 경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이 엄청난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장기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주장이 제기돼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의 원인이 일본을 비롯한 흑자국들의 불공정한 무역관행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등 일부 품목의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일본이 경기부양조치를 통해 미국 상품의 수입을 촉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양국간 무역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일본의 무역정책 때문이라기 보다 미국의 저축수준이 투자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무역적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도쿄의 CS 퍼스트 보스톤은행 야스시 오카다씨는 27일 『미국의 저축률이 국내 투자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저축을 늘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저축이 적정 수준보다 많은 일본으로부터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본 카토 무역정책연구센터의 다니엘 그린스월드씨도 98년 보고서에서 『양국간 무역수지가 차이나는 원인을 전적으로 무역정책의 차이에 돌리는 것은 투자흐름의 차이를 간과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60~70년대 일본의 무역장벽이 높았을 때 미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미미했지만 80년 이후 일본이 자본규제를 철폐하면서 일본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자 무역적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미 MIT대학의 폴 크루그만박사도 97년 발간된 「축소된 기대의 시대」라는 책에서 『외국기업들이 일본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무역흑자는 궁극적으로 국내저축과 투자 사이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로버트 페리씨는 『일본이 지난 81-92년 사이에 무역장벽을 낮추었지만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며 『무역장벽이 미·일간의 무역적자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이 슈퍼 301조를 부활하는 등 미-일간 무역마찰이 격화될 조짐을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