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자 못갚는 기업 급증

경기침체로 올들어 연체율 1%P이상 늘어빚을 갚기는커녕 이자도 제때 못 내는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구조조정도 지연될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들어 지난 1, 2월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대부분의 은행에서 올들어 계속 증가, 경기침체의 골이 깊음을 반영했다. 기업은행은 1월 기업대출 연체율이 전달보다 1.09%포인트나 늘어난 데 이어 2월에도 0.10%포인트 증가했다. 한미은행도 2월 들어 기업 연체율이 3.03%로 1월보다 0.44%포인트 증가했다. 이밖에 주택은행이 2월 들어 0.38%포인트 늘어나는 등 신한ㆍ외환ㆍ조흥 등 대부분의 은행들에서 1, 2월 기업대출 연체율이 증가했다. 국민과 한빛은행은 연체율이 2월 들어 다소 줄어들었지만 1월에 이미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뛰어오른데다 다른 은행에 비해 연체율이 50% 이상 높아 연체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국민과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모두 올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2월 가계 연체율이 1.45%로 1월에 비해 0.25%포인트 늘어났으며 한빛과 신한은행도 0.12%포인트나 연체율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분기별로 연체율을 관리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12월에 크게 줄었다가 1, 2월 다시 늘어나게 마련이라면서도 최근의 경기침체가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면서 연체율도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대우자동차와 동아건설에 이어 올들어 한국부동산신탁ㆍ고려산업개발 등 대기업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하청업체들이 최근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대우자동차 하청업체들이 많은 인천 지역의 경우 어음부도율이 지난 1월 0.67%, 2월에는 0.43%로 전국 평균인 0.3%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전자와 건설 등의 하청업체들도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이 증가하는 원인은 대기업의 부도와 경기침체가 절반 이상"이라며 "3월에는 은행이 다시 연체율 관리를 시작하겠지만 한부신과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하청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연기자 최윤석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