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과 함께 한보철강의 무모하고 탈법적인 투자내역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한보철강의 기업내용에 관한 정보는 이 사건의 처리방향을 결정하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한보철강의 투자비가 연간생산량 6백만톤 기준으로 5조7천억원에 이를 경우 톤당 건설단가는 1천1백17.6달러로 연산 1천1백40만톤인 광양제철소의 톤당건설단가 7백52달러에 비해 4백달러 가까이 많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본보 4일자 5면 참조>
이 보도는 한보철강은 최대투자비가 3조8천억원을 넘으면 포항제철과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한편,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을 맡게된 포철팀의 기초평가보고는 5조원이 투자됐다는 한보철강에서 2조원 정도는 과잉투자됐거나 유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는 현 상태로 공장을 완공하더라도 2조원가량이 더 들어야 하고 완공후에도 1년에 5천억∼6천억원의 적자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보철강은 이같은 투자비의 적정성 문제외에 공법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위탁경영팀은 기술적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코렉스공법도 문제지만 냉간압연공장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렉스공법으로 냉간압연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수요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투자규모 평가결과로 볼때 이 회사의 장래는 어둡다. 현재도 과잉투자 됐는데 2조원이 더 소요된다면 추가소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가가 중대한 이슈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잉투자분 2조원을 탕감해주거나 유용부분을 찾아내 투자재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대두될 것이나 두가지 방법 모두 간단치 않다. 2조원의 탕감은 엄청난 특혜의혹을 몰고 올 것이고 유용액환수는 과거의 예로 미뤄 기대할게 못된다.
결국 정부와 은행이 추가 소요자금과 적자발생 부분을 떠안게 될 공산이 큰데 이는 특혜의혹과 함께 국제적인 통상마찰 소지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포철이 자금지원 없는 인력및 기술지원 위주의 위탁경영팀을 파견하는 것을 두고 벌써부터 경쟁국들은 포철과 정부가 보조금을 대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문제투성이의 한보철강에 수조원의 돈을 더 댈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규모를 줄여서 운영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해체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나은 방법인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기업을 죽일 수야 없다」는 논리가 한보철강의 부실을 키운 최대의 원인이었음을 상기할 때 5조원의 돈이 헛되이 버려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하겠지만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라는 판정이 나면 과감히 버리는 것이 국민경제에 나을지도 모른다. 그같은 판단을 위해 보다 정밀하고 객관적인 기업진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