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6일 터키와 EU 가입협상을 시작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승인했다. 협상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는 12월 EU 회원국들의 최종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번 조치로 터키의 EU 가입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집행위원회는 터키의 EU 가입협상 개시 이전에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는 터키에만 국한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7년 EU 가입을 앞두고 있는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집행위원회는 또 협상의 최종 목표는 터키의 EU 가입이지만 협상 개시만으로 터키의 EU 가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집행위원회는 터키가 인권과 유럽적 가치를 ‘중대하고 지속적으로’ 침해할 경우 언제든지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집행위원회는 또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는 회원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터키 노동자의 EU 유입을 영구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의 인구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할 경우 터키인들이 유럽국가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EU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우려로 한시적인 인구이동 규제를 실시한 바 있는데 터키의 경우도 한시적인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유럽통합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며 어떤 회원국에 대해서도 예외를 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집행위원회는 터키의 EU 가입협상을 정부간 협상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EU 회원국들은 협상의 결과뿐만 아니라 진행과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사이프러스와 같이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는 회원국들이 협상의 진전을 방해하는 도구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터키는 EU 가입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 전에 집행위원회가 요구한 규제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 집행위원회는 향후 EU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에게 터키가 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개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 원칙은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불가리아의 경우 특유의 부패문화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집행위원회는 이미 두 국가의 2007년 EU 가입을 기정사실화했다.
EU가 터키의 회원국 가입에 대해 특정한 조건을 다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 조건들이 터키가 유럽으로 들어오게 되는 역사적인 과정에 방해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