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해법(사설)

우리경제가 미달러환율의 급등과 주가폭락으로 벼랑끝 상황이다. 기아사태의 해결가능성으로 반짝하던 경제가 홍콩증시 영향으로 또 다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자금시장에서는 기업자금 회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부기업은 흑자도산까지 하고 있다. 환율의 급등은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자금시장의 경색은 기업의 부도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정부는 금융대란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들은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국불안은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옥죄고 있는 판국이다. 한보와 기아사태는 정부에서 신속하게 대처, 처리했으면 오늘과 같은 파국은 어느정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정치논리에 의존, 지지부진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경제의 불확실성만 높이고 급기야 자금시장의 경색으로까지 몰고 갔다. 지금 외국인투자가들은 달러환율의 급등과 상장기업들의 연쇄부도 우려로 순매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주가급락은 각종 부양책으로도 치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 주식매도 급증세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한국정부에 불만이 많다. 한국정부가 일본정부보다 나은 점은 모든 일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처리,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따랐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처리를 보면 정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불만이다. 동남아 통화위기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을 대비해 보면 한국경제는 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의 재무제표는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미국 같으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믿을 수 없으니 팔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불평이다. 증권시장이 견실하게 성장해도 환차손이 높아지면 떠날 수밖에 없다. 하물며 환율과 주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으니 매도는 당연하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부양책으로 써 온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는 이제 더 이상 부양책이 될 수 없다. 외국인 투자한도가 30%가 되면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동주의 절반에 육박, 우리 시장은 외국인투자가의 향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정보우월성과 신속성에 국내투자자들은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탓이다. 「환율급락→외국인투자가 매도→주가급락→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감소↓주가·환율 동반하락」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국내환율이 9백20원이 넘는다고 야단일때 「역외선물환 시장」(NDF)은 3개월물이 1천원을 넘어섰고 1년물은 1천80원을 돌파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역외선물과 옵션을 통해서 위험헤지(Hedge)를 하고 있다. 국내기관이나 투자자들은 헤지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증권투자는 과거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정부가 할 일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다. 현단계에서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평가해서 실시해야 한다. 주가하락방어와 환율방어 가운데서 어느 쪽을 먼저 택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고 엄청난 노력과 외화를 투입했다. 결과는 실패했다. ○대만은 증시 안정을 우선 이 단계에서는 우선 환율방어를 포기해야 한다. 원화환율의 급락을 놓아두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우리의 수출시장인 동남아국가 대부분의 환율이 이미 3분의1까지 떨어졌으며 엔화도 하락, 원화강세를 자초해서 경쟁력이 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환율방어는 외환보유액 감소를 가져오고 풀린 통화를 환율방어를 위해 매수하기 때문에 자금시장의 경색이 일어나게 된다. 오히려 외화자금을 국내증권의 해외판매시에 시장조성용으로 사용, 국내주가를 유지해 주어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급전을 조달해 금리가 상승하게 되는 것을 막자는 논리다. 이같은 조치는 국내증권시장을 안정시키고 자금불안을 해소시켜 장기적으로는 주가상승과 함께 외국인 순매도기회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출증대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게 되면 외환위기를 벗어나게 돼 환율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대만 중앙은행도 지난 16일 환율방어를 포기, 주식시장 폭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제는 경제와 기업의 기반이 강하고 자금시장에 문제가 없을 때이다. 우리도 이같은 조치를 실시해 볼만하다. 더 이상 실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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