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혁명] 2-2.전자결제가 기업경영을 바꾼다

`55.8%(2000년) → 19.4%(2003년)`어음이 사라지고 있다.`44.2%(2000년) → 78.5%(2003년)` 그 자리를 전자결제가 메우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0년5월과 2003년5월에 발표한 하도급거래의 결제 실태조사 결과다. 어음이 사라지면서 외상거래가 줄었고 중소기업은 적어도 `불합리한 결제방식`으로 인한 연쇄부도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다. 결제의 진화는 기업간 상거래 방식과 신뢰관계도 진화시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업경영에도 일대 변화를 초래한다. ◇기업간 결제의 진화=어음결제 위주였던 기업의 상거래는 전자결제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기업구매자금대출 10조6,474억원,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2조765억원 등 총12조7,239억원이 상업어음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은 전자방식으로 이체된다. 전자결제가 어음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기업구매자금대출과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어음결제로 인한 연쇄부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00년5월과 2001년 2월에 각각 도입된 제도. 대출 이자율이 상업어음 할인율보다 싸다는 점에서 기업의 선호도가 높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기업간 지불결제수단은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구매전용카드, 전자외상매출채권 등 온라인 지불결제수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수표, 전자어음 도입논의도 본격화됐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오프라인으로 결제하는 반쪽 전자결제 방식도 점차 완전한 온라인 거래로 바뀌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전자결제 선두주자 구매전용카드=구매전용카드 시장이 지난해 92조원 규모로 성장할 만큼 이제 보편적인 기업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구매전용카드란 공사대금, 사무용품 구입대금 등 외부업체와 거래할 때 현금이나 어음 대신 사용하는 대금지급전용카드를 말한다. 어음결제를 카드로 대신하다보니 어음관리에 따른 부담이 줄고 물품거래시에도 전산화된 절차를 밟아 업무가 훨씬 간편하다. 정부로부터 법인세, 소득세공제 등 세제혜택을 받고 은행에서는 거래실적을 인정받아 금융조건이 유리해진다. 구매전용카드 시장의 잠재력이 주목받으면서 금융업계의 쟁탈전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개인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은 법인고객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올 초 삼성, LG 등 재벌계 카드사의 계열사를 통한 구매전용카드판매를 문제 삼으며 은행계 카드사들이 대거 반발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 급증=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총규모는 178조원으로 전년대비 49.4%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기업간(B2B)거래는 단연 그 비중과 성장률이 높았다. 2002년 한 해 거래가 156조원으로 1년 전(109조원)에 비해 43%나 늘었다. B2B 전자상거래에서 기업 간의 대금지급 결제는 인터넷 및 금융 공동망 기반의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전자외상매출채권 ▲기업구매자금대출 ▲인터넷 전자자금 이체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이뤄진다. 전자외상매출채권은 외상매출채권을 전자화한 방식으로 구매기업이 주거래은행을 통해 전자채권을 발행해 구매대금을 결제하면 판매기업은 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만기 전에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쓰는 형태다. 기업구매자금대출은 납품업체가 납품완료 후 인터넷을 통해 지급 은행 앞으로 판매대금 추심의뢰서를 전송하면 지급은행이 구매업체에 대금을 청구해 결제하는 서비스다. 구매기업이 은행에서 직접 융자를 받아 납품대금을 결제하다 보니 연쇄부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전자자금 이체(온라인 현금 결제)는 구매기업이 거래은행에 직접 물품구입대금을 판매기업의 지정계좌로 입금하는 것. ◇투명한 거래풍토 정착 =B2B 결제서비스는 아직 기업과 소비자간(B2C) 결제수단만큼 다양하지 못하다. 한국전자지불포럼에 따르면 B2B의 경우 전자지불 활용도는 B2C나 버스ㆍ지하철 등 교통분야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뭘까. 손기선 금융결제원 e비즈사업추진실 부장은 “결제기술의 발달이 더뎌서가 아니라 전자상거래 자체가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온라인거래를 위해 비용을 투자해도 온라인거래와 대면거래를 병행해야 하는 구조에서 뚜렷한 비용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철강,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경우 하청과정에서 전자상거래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기타 업종들은 전자상거래 수요기반이 충분치 못한 데다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기업이 가진 투명한 거래에 대한 저항감도 현실적인 장애요인 이다. 전자거래는 세금 탈루, 리베이트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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