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이 송두리째 IMF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흥청망청대던 국민들은 국가가 부도위기에 몰린 상황을 보고선 경악했다. 그로부터 2년, 이제 한국은 외환위기를 완전 극복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각종 경제지표는 장밋빛 일색이다.정부도 이제 자신을 가질만하게도 됐다. 그해 12월18일 39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이 현재 70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달러당 1,964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150원대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97년 82억달러 적자에서 98년에는 405억달러 흑자로 반전된 데 이어 올해는 230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시장금리도 IMF이후 30%대를 넘던 초(超)고금리에서 한자릿수로 떨어졌으며 금년도 소비자 물가는 0.8% 상승률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의 마이너스 5.8%에서 올해에는 9%대를 넘어 설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월 8.6%까지 뛰었던 실업률이 4.6%대로 가라 앉은 것을 비롯,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1,000대로 활황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로 금석지감( 今昔之感)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재연(再燃)의 소지는 곳곳에 남아 있다. 재벌그룹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실업률도 하락했다고는 하나 숫자상으로는 100만명에 달해 사회적으로 불안한 판국이다.
사회의 버팀목인 중산층이 무너져 내림으로써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사회가 안정되려면 호리병 모양이 이상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IMF의 관리체제에 있다. 사실상 IMF를 졸업한바나 진배없다는 국제사회의 분석도 있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사회 곳곳에서는 마치 IMF를 벗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일부계층의 과소비·호화사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새 밀레니엄·새로운 세기를 맞는다는 들뜬 분위기가 한층 이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주위에는 지금 고통 받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구조조정은 정부나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필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