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개 업체가 참가하는 전자입찰에서 몇 개 업체가 협정을 맺고 입찰에 참가했다면 낙찰가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등 `시장지배' 효과를 내지 못했어도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창석 부장판사)는 `전자입찰에 협력해 입찰했다는 이유로 관급공사 입찰자격을 제재 규정의 최고치로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K개발 등 9개 건설사가 SH공사 등을 상대로 낸 부정당업자제재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담합행위는 인정되나 처분이 지나치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자입찰에서 낙찰 예정가는 공사 기초금액의 ±2∼3% 범위에서 추첨으로 결정돼 경우의 수가 수없이 많고, 입찰 참여업체가 많게는 2천 개에 이르러 원고들이 낙찰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로 협정해입찰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서로 협력해 투찰가를 예상가격의 ±2∼3% 범위에서 적절한간격을 두고 입찰할 경우 1개 업체가 다른 업체의 입찰가를 알지 못한 채 독자적 판단으로 예상가격을 결정해 입찰하는 것보다는 수배 이상의 낙착률을 나타낼 수 있을것으로 보여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의 행위를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행한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130여 건에 걸쳐 공동 입찰에 나섰지만 SH공사가 발주한 입찰에는 3건만 참가했고 모두 소규모 공사인 점 등에 비춰 K사에 대해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최고 기간인 2년을, 나머지 회사들은 1년을 결정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처분을 취소하고 재처분하라고 판결했다.
K사 등은 국가ㆍ지자체ㆍ공기업 발주 공사의 입찰방식이 2001년부터 국가전자조달시스템에 접속하는 전자입찰로 바뀌자 서로 상의해 입찰 가격을 정한 뒤 참가하는형태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30여 차례 응찰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