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극히 단기적으로 운용해,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경기순환변동과 기업 자금조달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금융부채 증가액은 50조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단기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83.5%에 달했다.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비중은 외환위기전 장기자금 조달비중에 비해 높은 추세를 유지했으나 외환위기 후에는 급격히 감소, 2000년 19.3%, 2001년 24.9%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은 장ㆍ단기자금조달을 모두 줄이고 중소기업은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1년 미만의 단기차입을 크게 늘려 단기자금 조달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중장기 자금조달이 급격히 줄고, 매출이 감소한 중소기업들이 운전자금확보를 위해 단기차입을 늘리면서 단기자금 조달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계속돼 기업의 조달구조가 지나치게 단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올들어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매출이 줄면서 적정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 조달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단기차입금으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지난해 국내기업의 조달자금은 총150조2,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내부자금조달이 63조4,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과 수익성향상 등으로 지난 99년 이후 내부자금조달이 순외부자금조달(외부자금조달에서 자금운용액을 차감한 금액) 규모를 웃돌기 시작해 작년까지의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경기변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