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4시간 기다리는 환자들

중증외상환자 살리는 '골든타임' 1시간인데…
복지부 "치료환경 취약"

크게 다쳐 당장 수술이 필요한 중증외상환자들이 응급실에서 4시간 정도 기다린 뒤에야 수술대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은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우리나라의 중증외상환자 치료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 서울ㆍ강원 지역의 중증외상환자 9,668명을 분석한 결과 응급실에 실려와 수술을 마친 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평균 242분(4시간2분)간 기다린 끝에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가 좋은 '골든타임'이 사고 발생 후 1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수술까지 시간 낭비가 매우 심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다친 정도가 심하지 않아 수술을 끝내고 일반병실로 입원한 환자들의 응급실 대기시간은 10.7시간에 달했으며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실로 가지 못하고 일반병실이나 중환자실로 먼저 옮겨진 뒤 수술하는 경우에는 최초 병원에 와서 수술하기까지 무려 6.1일이 걸렸다.

전체 조사 대상 환자 가운데 11.4%에 해당하는 1,100명은 처음 들른 병원에서 치료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을 옮긴 이유로는 상급병원으로 이동이 28.2%였고 중환자실 부족 14.5%, 응급수술ㆍ처치불가 5.5%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중증외상환자들은 간신히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수술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다른 병원을 찾아가느라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취약한 응급의료 환경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2010년 기준 35.2%(국내 주요 20개 응급의료기관 분석)에 이르고 있다.

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오는 2020년까지 20%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권역 외상센터를 육성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1시간 내에 중증외상환자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의료원과 부산대병원 등 17개 병원을 지정했으며 각 병원에는 80억~147억원의 시설비용과 최대 27억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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