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잇달아 U턴… "회복 모멘텀" "반짝 상승" 엇갈려

광공업생산 다시 늘었지만 서비스 포함 땐 감소
소매판매 0.9% 증가 불구 "통계 착시" 지적
정부 "대책 효과" 반색-민간전문가 "판단 일러"


'경기회복 모멘텀의 확대인가 반짝 상승인가.'

마이너스 일색이던 경제지표가 턴어라운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9분기 만에 전기 대비 1%대를 회복한 데 이어 경기판단의 주요 지표인 산업생산도 모처럼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통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마냥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자연히 경기지표에 대한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도 극과 극이다.

◇엇갈리는 경기지표=30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늘었다. 전달 0.1%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광공업은 제조업과 광업, 전기ㆍ가스ㆍ중기ㆍ수도사업 등을 포함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판단지표다.

하지만 광공업에 서비스업 생산을 포함한 전체 산업생산은 오히려 전달보다 0.3%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 늘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서비스업생산과 공공행정 부문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 생산은 전기보다 오히려 0.1%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에 반짝 호재로 작용했던 4ㆍ1부동산대책 효과를 고려하면 서비스 부문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4ㆍ1대책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임대업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전반적으로는 감소를 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공급)뿐 아니라 수요측면의 지표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내수지표인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 4월 -0.7%, 5월 0.0%에 비하면 눈에 띄는 개선이다.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증가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통계 착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4ㆍ4분기 정부의 특소세 인하로 소비가 앞당겨지면서 올해 1ㆍ4분기 소비지표가 부진했던 데 따른 반사효과로 2ㆍ4분기 소비가 늘었다는 것이다. 2ㆍ4분기 들어 승용차 소비가 회복된 게 이를 방증한다. 백화점 소비가 줄고 대형마트 소비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인색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투자 역시 6월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4.5%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7.8% 줄었고 건설수주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 지표와 통계청 지표가 엇갈리는 것도 경기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게 제조업 생산이다. 한은 GDP 통계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기 대비 0.8% 늘었으나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생산은 오히려 1.5% 감소했다. 같은 지표라도 지표 생산기관에 따라 숫자가 정반대인 셈이다.

◇정부는 '반색' 민간전문가 '글쎄'=정부는 2ㆍ4분기 GDP가 호조를 보인 데 이어 광공업생산까지 증가세를 나타내자 '경기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활동동향에 대한 평가에서 "서비스업과 공공행정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이 지표가 개선되면서 회복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경기 판단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연속 상승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반짝 상승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ㆍ4분기 GDP와 산업생산이 한 번 개선됐다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산업생산 지표는 변동성이 워낙 심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생산의 수준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1년 6월 106.6이었던 산업생산지수는 지난달 106.8로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생산의 수준은 2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되려면 설비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며 "결국 선진국 경제의 향방이 우리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광공업 생산 등 경기지표가 다소 좋아졌지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심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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