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건물관리 사업을 떼어내 에스원에 넘기고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은 분리해 별도의 회사를 만든다.
삼성에버랜드는 4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우선 건물관리 사업을 총 4,800억원을 받고 에스원에 양도한다. 건물관리 사업의 자산과 인력은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1월10일까지 에스원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에스원은 과거 삼성에버랜드의 경비업무를 분리해 만들어진 회사다.
삼성에버랜드는 또 이날 이사회에서 급식과 식자재 사업을 물적 분할해 '삼성웰스토리'라는 식음 전문기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삼성웰스토리는 식음 전문기업에 최적화된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영의 스피드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의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인수를 계기로 디자인ㆍ콘텐츠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연관성이 낮은 사업의 매각과 분할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또 패션 사업 인수와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 투자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삼성의 사업 재편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앞서 지난 9월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3세 계열 분리의 밑그림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게다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고 이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ㆍ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각각 지분 8.37%를 들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데다 오너 3세들이 모두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재편은 직ㆍ간접적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를 이 부회장이 관장하고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부문을 쪼개는 방식으로 계열 분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사업이 이번에 별도 회사로 분할됨에 따라 향후 이 사장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기가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식 사업이 이번에 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로 분할되면서 향후 매각이나 합병 등을 진행하기가 유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일부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급식 사업을 이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호텔신라에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이 부사장 역시 연말 인사에서 삼성에버랜드로 이동, 삼성에버랜드의 패션 사업을 분할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된다. 이 경우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바탕으로 급식 및 패션 사업을 인수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각 사업 부문의 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오너 3세들의 지분에 변화가 없는 만큼 향후 후계 구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던 건물관리 사업을 매각하고 매출의 42%를 담당하던 급식ㆍ식자재 사업을 분할해 전체 매출의 52%가 떨어져나가게 된다. 이후 삼성에버랜드에는 건설ㆍ레저ㆍ패션 등 3개 사업 부문만 남게 된다. 이 가운데 레저는 이 사장, 패션은 이 부사장의 몫으로 분류돼 향후 건설 부문의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때마침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삼성에버랜드ㆍ삼성물산ㆍ삼성엔지니어링ㆍ삼성중공업이 각각 영위하고 있는 건설 사업의 통합 가능성이 점차 탄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