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계 부풀리기 또 도마에

전력 소비 늘었다지만… 일선 기업 생산감소 토로
경기하강 위장 드러날 땐 세계경제 직격탄 우려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경기침체 상황을 위장하기 위해 경제통계를 마사지하고 있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중국의 통계 신뢰성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세계 경기의 견인차인 중국 경제의 실상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할 경우 글로벌 경제도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에서 중국의 경제수치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전력 소비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전력 관련 일선 기업들은 경기하강으로 생산활동이 감소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하는 등 엇갈린 사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전력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국 기업 임원들과 서방의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경제통계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중국의 경기하강 상황을 위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제활동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전력과 석탄 소비량에서부터 생산, 기업 매출 및 이익, 세금 징수액 등 다양한 경제통계가 지방정부 등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중국 기업의 한 임원은 지난 5월 산둥성과 장쑤성의 전력 소비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이상 감소했고 중국 서부 지역의 전력 소비도 줄었다고 밝혔지만 이들 지역의 공무원들은 전력 소비가 1년 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기업 생산활동이 둔화하면서 발전에 사용되는 석탄 재고량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ㆍ자원 컨설팅 기관인 우드매킨지의 애널리스트인 로한 켄달은 "중국 남부 지역의 발전소에 공급할 석탄을 쌓아두는 친황다오(秦皇島) 항구에 비축된 석탄량이 이달에 950만톤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1월의 930만톤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다. 중국의 또 다른 주요 석탄 비축 항구인 톈진항과 옌위안항도 비축 창고에서 쌓여 있는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경제통계를 부풀려 중앙에 보고하는 것은 경제실적에 따라 승진과 좌천ㆍ영전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중국 정부가 10년 만의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 경제성장이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경기부양 의지도 강하다는 점이 통계 부실의 의혹을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이런 이중 통계가 올해 봄 중국의 공식 통계로는 경제활동 둔화가 완만한데 생산에 필수적인 원유ㆍ석탄ㆍ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의 예상과 달리 중국이 최근 갑작스럽게 기준금리를 내린 의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중국의 경제통계가 과장됐다는 주장에 대해 "증거에 근거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는 5세대 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총리로 발탁될 것으로 보이는 리커창 부총리도 중국 경제통계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중국 당국이 전력 등 일부 통계가 과장됐다는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통계조작이 다양한 경제지표를 1~2%포인트 정도 과장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200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공식 통계로도 중국의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둔화 정도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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