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금융법의 출발점은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기관별` 법규로 돼 있는 현행법규를 유사ㆍ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법규에 의해 규제되는 `기능별ㆍ상품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DI는 이날 통합법에 들어갈 각 금융상품의 개념, 금융업무의 정의, 금융업의 개념, 금융업의 업무범위 등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바뀌는 금융상품의 개념=현행 은행, 증권, 보험업법 등은 예금, 대출, 유가증권, 선물, 장외파생상품 등 각 영역의 기본상품에 대해 명확히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 대신 각 금융기관이 할 수 있는 업무만 일일이 열거한 뒤 열거된 행위 외에는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선물, 장외파생상품분야에서 신상품이 개발될 때마다 새로 관련법규를 뜯어고쳐야 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통합금융법은 이렇게 돼 있는 현행 금융상품의 `제한적 열거주의`대신 `열거주의가 첨부된 포괄주의`를 택했다. 먼저 각 권역별 기본금융상품에 대해 추상적개념을 정의한 뒤 그 개념에 맞는 구체적인 금융상품들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유가증권의 추상적인 개념은
▲사업에 운용할 목적으로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수취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양도할 수 있고
▲기대수익이 자금을 수취해 사업에 활용하는 자의 노력에 의존하여 변동되는 계약으로 정의했다. 정의된 기본상품의 개념내에서는 자유롭게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준경 KDI연구위원은 “추상적 개념정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불확실성은 2단계의 구체적인 대상열거로 극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겸업허용=통합금융법은 은행업, 보험업, 증권 및 파생상품업만 전업이 유지되는 3대업종으로 설정해 현재와 똑같이 상호겸업을 막게 된다. 그러나 나머지는 겸영이 허용되는 금융업무로 인정해 정부의 승인없이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은행의 경우 투자자문업을 겸영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현행 규정으로 자본금, 필요인력 등 추가 설립요건이 필요한 업무는 요건만 충족하면 역시 정부의 승인없이 할 수 있다. 자산운용업의 경우 현재 은행, 보험사에만 허용되고 증권사에는 금지돼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금융기관이 요건만 갖추면 겸영할 수 있다.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을 내부에 충당하고, 일정숫자 이상의 펀드매니저를 확보하면 자산운용업무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KDI가 제시한 겸영가능 업무는 보험계약의 중개 및 대리업무, 자산운용업무, 여신전문업무, 투자자문업무, 자산보관 및 관리업무 등이다.
그러나 은행업, 증권 및 파생상품업, 보험업은 현행대로 전업주의가 그대로 유지돼 예금수취와 신용제공(은행), 유가증권ㆍ파생상품 자기 매매 업무(증권), 보험계약의 체결과 이행업무(보험)등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외에는 할 수 없게 된다.
보험회사가 은행이나 증권업을 할 수 없지만 신용카드업(여신전문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준경 위원은 “3대분야에서 전업주의 틀은 유지하되 나머지 업무범위에 대한 제한은 푼다는게 통합법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