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확산은 기존 산업시대의 생활양식과 사회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더욱 확대·심화될 것이다. 산업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행 법·제도는 정보기술의 발전 및 네트워크화를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업무처리의 신속성과 정보자원의 효율적 관리 및 활용을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기술의 이용을 전제로 하지 않은 기존의 법·제도를 정보사회에 맞게 보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보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정보사회의 진전에 따라 날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정보화의 역기능 현상에 신속히 대응하고 정보기술의 효용을 최대한 보장하는 법적·제도적인 대비가 요구된다.구미에서는 사이버법(Cyber Law) 혹은 온라인법(Online Law)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법 연구가 활성화, 대다수의 대학에 강의가 개설되어 있고 관련연구소의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 연구는 선진 각국의 국가 정보화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정보인프라(NII)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상무성 산하에 국가정보화추진위원회(IITF:Information Infrastructure Task Force)를 설치, 운영하고 있고 독일도 정보통신서비스에 관한 일반법을 제정해 정보화에 대응한 법제정비를 선도하고 있다.
유엔상거래법위원회(UNCITRAL: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는 1996년 5월28일부터 6월14일까지 개최된 제29차 위원회에서 「전자상거래에 관한 UNCITRAL 모델법」을 채택하였다. 이 모델법은 전자문서를 통한 상거래에 관한 각국의 입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 정부는 1995년부터 1997년 8월까지 정보화와 관련하여 교육법, 정보통신기본법 등 41개 법령을 제·개정하였다.
정보화 관련 법제 정비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산업사회에서 세분화된 규범과 엄격한 집행이 요구되어 왔던 것과는 달리 정보사회의 법은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과 민간의 창의력 발휘를 고양하는 유연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대중적 차원의 개별법적 대응을 넘어 정보사회와 법의 관계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사회를 위한 법철학의 개발 및 헌법, 민법, 상법, 형법 등 일반법적 고찰이 필수적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상점에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진열된 상품을 보고 선택, 주문하고 전자화폐로 결제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는 컴퓨터 및 통신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짐으로써 거래당사자간의 직접 대면이 이루어지지 않고 소비자는 상품의 실물을 확인할 수 없으며 거래과정에서 수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손쉽게 수집, 가공되는 특징이 있다.
이제까지 이루어진 법·제도 정비는 이러한 고려없이 무역거래, 화물유통 등 특정분야의 업무를 처리하는 전자문서의 정의와 효력발생시기 등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전자상거래 관련 법제의 정비는 전자상거래의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상거래질서와 다른 특징을 가지는 만큼 기존의 상행위법제와 다른 새로운 법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새로운 법제노력의 하나로 최근 국내에서는 전자상거래 법제정비와 관련하여 기본법의 제정여부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간 거래를 규율하는 전자상거래 관련 법제는 그 특성상 국제적인 합의가 매우 중요하나 아직까지 국제적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선 관련 개별 사안 중심으로 주무부서가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주요 과제를 검토하고 제·개정을 모색함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전산망의 보안 없이는 전자상거래가 불가능하며 전산망간의 호환 없이는 분산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 특히 보안에 대한 기술적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법적 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새롭게 발표된 OECD의 암호화 정책은 우리나라의 암호화 정책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 보안관련 규정은 여러 법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규정되어 있으며 그 규제범위 또한 불명확하다.
정보화 촉진을 위한 법·제도 개선의 중점이 공공부문의 법제 정비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등 민간부문의 정보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민법, 상법 등 일반법 정비가 필수적이다.
형법의 경우 지난 95년 12월 정보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범죄유형과 관련하여 법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민법, 상법 등은 큰 변화를 겪지 않고 정보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입법기술 측면에서 보았을 때 민법이나 상법에 전자서명, 전자문서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방법과 별도의 단행법을 제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일반법이 갖는 포괄적인 적용범위와 잦은 개정의 곤람함, 전자거래의 기술적·사회적 유형이 아직 변화과정에 있음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개별법 제정방안이 적합하다고 하겠으나 전자거래가 일반화되는 시점에서는 필연적으로 상법이 이에 대응해야 하고 이는 결코 먼 장래의 과제가 아니다.
□약력
▲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언어학과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