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이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경제 성장을 주장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뒤에 불거진 전세계적인 금융 불안으로 제기된 '부채 주도 성장'에 대한 회의론 이후 미국과 중국 등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지 정치권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은 아직 어떤 나라도 구체적으로 효과를 입증하지 않은 이론에 불과할 수 있다"며 "부채 주도 성장에서 급격한 체질 변화를 시도할 경우 부작용 등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논리=새정치연합은 소득 주도 성장이 전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부채 주도 성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가계 소득이 늘어나면 가계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결국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최저임금 현실화와 생활임금 보장, 자영업자에 대한 실업 부조 지급 등 소득최저선 구성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생활소득 증대를 위해 전월세 계약 갱신 청구권 제도 도입과 교육비 부담 완화 등에 대한 입법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 원상회복(22%→25%)과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자본소득세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이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실질임금증가율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밑도는 등 임금 상승 정체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노동 소득이 증가하면 자본소득보다 소비 성향이 월등히 높아 소비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기업 투자 증가와 노동 수요 증가로 이어져 고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박사는 "불균형에서 고성장을 만들어내자는 성장률 담론에서 균형을 통해 고성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제 담론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의론 대두=소득 주도 성장은 사실상 한국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으로 여러 회의론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은 '소득 증가→소비 증가→기업 투자 증가→일자리 창출→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에서 한국의 경제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론적으로는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데다 내수 소비 대신 저렴한 해외 직구 등을 통한 소비가 증가해 실제 경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현철 새정치연합 정책실장은 "노동 소득의 소비 성향이 높다고 하지만 가계 부채가 많아 곧바로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경제는 심리인 만큼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확인한다면 일정 시간 이후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새정치연합이 야당으로서가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이를 추진해야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산업별 특성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의 경쟁력을 따돌리지 못하고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철강과 조선 업종의 경우 가계 소비 증가 이후에도 직접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사업부문별 포트폴리오가 수출 주도형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국내 소비 증가로 얻을 수 있는 기업의 혜택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저 임금 인상 등을 강행하면 1차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소득 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는 학계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등이 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오히려 옥석이 가려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지만 경제 체질 변화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