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관광객 유치 비상

4성호텔 하루 숙박비 75만원 달해
인근 파리 등으로 발걸음 옮겨

영국 런던의 호텔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런던 올림픽 특수가 실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싼 숙박비로 런던 내 호텔 예약률이 평년에도 못 미치자 올림픽 특수를 노리던 당국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행조사 업체인 잭트래블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의 런던 호텔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각각 35%, 30%씩 줄었다. 올림픽 기간 중 런던행 비행기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13% 늘었지만 1만1,000명에 달하는 선수단 규모를 감안하면 관광객 수요는 오히려 감소했다.

탑승객의 평균 체류기간도 평년보다 짧았고 팔려나간 올림픽 티켓 중 상당수도 외국인이 아닌 영국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오 보디니 잭트래블 최고경영자(CEO)는 "런던은 특히 7~8월에 관광하기 좋지만 올 여름에는 올림픽에도 불구하고 텅텅 비게 될 것 같다"며 "이는 비극적인 역설"이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올림픽 기간에 런던 여행을 꺼리는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숙박비 때문이다. 런던 호텔리어들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COG)가 호텔 객실 4만개를 해외 관계자에게 배정하기 위해 정찰제로 빼가자 '대목을 놓칠 수 없다'며 나머지 객실의 숙박비를 대폭 올렸다. 런던 중심에 있는 4성급 호텔의 경우 하루 숙박비가 여름 휴가철 평균의 4배에 달하는 415파운드까지 치솟았다. 호텔닷컴의 나이젤 포클링턴은 "LOCOG와 호텔리어 모두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관광객들은 런던을 외면하는 대신 가까운 프랑스 파리 등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실제 이들 도시의 하루 숙박비는 110~150유로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호텔 예약률도 평년의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런던올림픽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LOCOG는 최근 런던 내 호텔에서 정찰제로 빼낸 객실 중 20%를 돌려줬으며 호텔리어들도 숙박비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영국관광청 CEO인 샌디 도어는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런던 내 호텔이 부족해 올림픽 시즌이 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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