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반군(IS) 격퇴를 위해 손을 잡았다. 대러 경제제재는 여전히 풀지 않고 있지만 IS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미국의 철저한 고립전략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이 IS 격퇴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담 후 열린 단독 기자회견에서 IS를 비롯한 테러집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유를 강화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라브로프 장관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무기제공을 포함해 이라크 정부군 지원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과 함께 IS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외신들은 캅카스 조지아(그루지아) 지역 출신의 IS 지도자 타르한 바티라슈빌리가 최근 고향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러시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예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케리 장관에 따르면 IS 조직원으로 가담한 러시아인은 500명 이상 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구조를 수개월째 이어왔다. 특히 미국은 서방국가들과 함께 고강도 대러 경제제재에 나서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최대 현안인 IS 격퇴 등 국제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가능한 분야에서는 공조를 모색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6개월 전만 해도 미국 정부의 목표는 푸틴의 고립이었지만 케리 장관은 이날 푸틴과의 협력을 기꺼이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명백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두 장관은 이라크 사태뿐 아니라 에볼라 확산 저지, 북한과 시리아 문제, 이란 핵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중장비와 군대를 모두 철수하기 전까지는 대러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