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자산운용사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당국의 정식조사를 받는다.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은 헤르메스가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16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원장이 간부회의에서 헤르메스의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와 관련해 ‘이 같은 행태를 감독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감독하겠느냐’며 명확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하면서 “현재 여러 정황 등을 포착,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헤르메스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수합병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하루 뒤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이 인터뷰 내용이 증권거래법상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투자자는 인터뷰 내용을 받아들여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시에 준하는 성격을 갖는 만큼 공시위반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외국계 펀드가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점에 주목해 심도있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헤르메스의 주가조작, 공시위반 여부에 대한 예비조사를 거쳐 혐의가 인정되면 곧바로 정식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감독당국은 또 헤르메스의 인터뷰 내용이 비록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으나 시장에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영향 정도는 불공정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잣대 중 하나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헤르메스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후 삼성물산의 주가 움직임이 컸고 매각 뒤 주가는 최고 22.3%까지 급락했다. 또 거래량도 평소 100만주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1일 325만8,000주 ▦2일 334만주에 달했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헤르메스가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는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정보와 판단력이 취약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적지않았다는 점도 참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