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시공 초월 휴대폰 하나로 세계어디서든 통화/내년 9월 상용서비스… 개인휴대통신 개막 신호탄【산타마리아(미캘리포니아주)=이재권】 저궤도 위성이동통신프로젝트인 이리듐위성시대가 열렸다. 한국이동통신 등 세계 14개국 17개 업체가 참여하는 저궤도 위성휴대통신 국제컨소시엄인 이리듐사가 개막한 위성시대의 의미, 앞으로 전개될 통신혁명을 특집으로 살펴본다.
【반덴버그(미캘리포니아주)=이재권】 「위성휴대폰」시대가 성큼 다가온다.
9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이리듐위성은 위성휴대통신(GMPCS)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다.
GMPCS(Global Mobile Personal Communications System)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통신서비스보다 혁신적이다. 휴대폰만 있으면 전세계 어딜 가든지 통신할 수 있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은 완전히 무너진다.
○10초내 아주 연결
세계 각지에 지사가 있는 회사가 세계를 무대로 뛰는 수백명의 세일즈맨들과 즉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다. 세일즈맨이 사무실을 비우면 유선전화는 메시지를 남겨두는 외에 쓸모가 없다. 세일즈맨이 캐비닛만한 지상국을 들고다니며 위성전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령 기존의 이동전화로 국경간 통신할 수 있는 「로밍」이 된다 하더라도 정확히 연결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다. 이동전화 전파가 뻗치지 않는 지방, 산악, 오지 등 사각지대가 많은데다 국경을 넘는 통신망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GMPCS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다. 서울본사에서 아프리카에 나가 있는 세일즈맨에게 다이얼을 누르면 10초도 안걸려 응답이 온다. 지구상공에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수십개의 GMPCS위성은 서울에서 띄운 전파를 받아 여러 위성을 징검다리로 하여 아프리카상공에 있는 또 다른 위성에 넘겨준다. 아프리카쪽 위성은 세일즈맨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 전파를 휴대폰 안테나에 쏘면 일은 끝난다. 휴대폰을 꺼뒀다면 위성무선호출이라는 대안도 있다.
또 「지옥의 랠리」로 불리는 파리다카르 일주 자동차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카레이서가 사막 한가운데서 보내오는 경기상황을 서울 본사에서 언제나 생생히 들을 수 있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산악대, 남극탐험대, 북태평양에 있는 명태잡이 배의 선장, 지중해로 신혼여행 떠난 아들과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신할 수 있는 통신의 이상은 GMPCS가 비로소 실현한다. GMPCS정도면 통신은 거의 「텔레파시」수준이다.
이같은 GMPCS의 아이디어는 지난 87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 있는 모토롤러사의 위성통신부문 엔지니어들이 처음 내놓았다. 정교한 전자장치를 갖춘 저궤도위성을 띄워 전세계 리얼타임 통신망을 완성한다는 발상이었다.
○98년까지 73개 발사
그뒤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자들은 이같은 아이디어에 매혹돼 앞다퉈 통신제공권 장악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 GMPCS의 원조 모토롤러가 추진한 이리듐프로젝트를 비롯, 현재 세계적으로 GMPCS프로젝트는 20여개에 달한다. 국내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4개나 된다.
이가운데 이리듐은 위성발사나 서비스 개시일정 등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이리듐 위성은 98년2월까지 총 73개가 발사된다. 이중 7개는 예비위성이고, 실제가동되는 것은 66개다. 당초 이리듐계획은 77개 위성을 상정, 위성숫자와 같은 원소 「이리듐」을 따서 이름을 정했지만 나중에 경제성을 재평가하여 73개로 줄였다. 위성고도가 7백80㎞인 이리듐은 이르면 올해말 시범서비스를 시작, 내년 9월23일부터 본격적인 상업서비스에 들어간다.
○ICOP 위성도 준비
GMPCS시장에서 이리듐과 함께 쌍벽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게 「ICOP」다. 전 국제해사위성기구인 인마샛이 주도하는 ICOP는 위성궤도높이가 1만3백50㎞인 중궤도 위성프로젝트로 고도가 높은 만큼 위성수가 12개로 족하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참여업체들이 브리티시텔레콤·NTT·한국통신 등 각국의 주도적인 전화회사들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서비스개시는 오는 2000년으로 이리듐보다 늦지만 90%에 달하는 통화완료율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로랄과 퀄컴사가 손잡고 추진하는 「글로벌스타」는 1천4백㎞궤도에 48개의 위성을 발사, 99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에서 현대전자와 데이콤이 참여하는 글로벌스타는 요금을 이리듐보의 5분의1 이하로 한다는 전략.
대우와 금호가 참여하는 「오딧세이」는 ICOP와 위성수·궤도높이·서비스시기가 똑같다. 오딧세이를 주도하는 TRW사가 초기 ICOP 계획수립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딧세이는 북반구 중심의 서비스라는 점이 다르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는 GMPCS프로젝트중 위성고도가 가장 낮은 7백㎞에 무려 8백40개의 위성을 띄워 2001년부터 쌍방향 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90억달러짜리 우주정보고속도로 「텔레데식」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리듐 위성이란/전파사각 완전해소/위성·기존휴대폰/이중 사용가능/삐삐·데이터도 전송
이리듐위성이 드리우는 「전파의 그림자」는 지구 전역을 덮는다. 때문에 이리듐의 가장 큰 특징은 전세계 어디에나 사각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이동전화는 지상에 있는 기지국을 통해 전파가 중계되기 때문에 기지국범위만 벗어나면 통화가 안된다. 반면 이리듐은 기지국이 바로 위성인 까닭에 전파의 장벽이 없다. 66개나 되는 위성이 지구상공을 그물처럼 덮고 돌면서 신호를 포착, 이를 수신처에 한치의 실수도 없이 전달해 준다.
수신자의 단말기에서는 항상 고유의 코드가 전파형태로 나온다. 수신자가 아무리 오지에 있다고 해도 상공을 지나가는 위성이 단말기에서 나오는 코드를 잡아내는 위치확인기능을 하기 때문에 신호가 다른사람에게 가는 법은 없다. 이를 위해 개인마다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1개의 번호가 부여된다.
따라서 이리듐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재 국제전화를 거는 것처럼 국가별 식별번호니, 지역번호, 전화카드번호 등 복잡한 전화번호를 수십개씩 누를 필요없이 위성휴대통신(GMPCS)의 식별번호인 「881」과 이리듐서비스 식별번호인 「8816」이나 「8817」에 가입자 개인의 번호만 누르면 된다.
이같은 글로벌통신망을 통해 이리듐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음성전화 뿐 아니라 삐삐, 데이터전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무게 1백9g의 이리듐 전용 무선호출기도 개발돼 있으며, 노트북컴퓨터를 이리듐 휴대폰에 있는 포트에 연결하면 브라질에 나가 있는 세일즈맨에게서 따끈따끈한 보고서를 즉각 받아볼 수도 있다.
이리듐휴대폰은 특히 하나의 단말기로 위성전화와 기존 이동전화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중방식이 장점. 이동전화 사용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종전처럼 이동전화로 쓰면 된다.
◎위성발사 의미/전세계 요금체계 일원화 글로벌 서비스/단일목적 발사량 최다… 위성간 교신도
【산타마리아(미캘리포니아주)=이재권】 이리듐 위성발사는 위성발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우주쇼」다.
지금까지 위성은 총 4천4백여개가 발사됐지만 단일 목적의 위성을 여러개 탑재하여 수십개 쏘아올리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9일에는 이리듐 1기위성 3개가 발사됐고, 2월부터 예정된 2차발사 이후에는 5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로켓에 탑재하게 되는데 이 역시 위성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이처럼 많은 위성을 하나의 로켓으로 쏘아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위성을 담고 있는 페이로드를 처음으로 초경량 특수합금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리듐은 최초의 GMPCS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밖에도 많은 「세계최초기록」을 세우게 된다.
위성들이 우주공간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위성간 로밍」도 처음이고, 지구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글로벌 로밍), 전세계를 대상으로 요금을 매기는 과금체계, 하나의 서비스로 세계각국에서 사업허가를 따내는 글로벌 라이선스도 처음이다.
이리듐코리아의 백기웅 기획부장은 『이리듐은 처음으로 위성통신망과 지상통신을 통합하여 글로벌규모로 사업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타날 차세대 이동통신인 플림스의 기본구도를 제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리듐은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