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값인상 공급자 주도 시장전환 예고D램 가격이 완연한 상승세다. D램 업체들이 2월 들어서도 쉽사리 고정거래가를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고정거래가격이 현물가격 수준까지 올라섰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수요자(대형 PC업체)에게 넘어갔던 '가격 결정권'과 '수급 주도권'을 공급자(D램 업체)가 되찾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D램업체, 가격 결정권 잡았다
"거래처들이 가격은 원하는대로 줄 테니 물건만 달라고 요청한다"(D램 업체 협상담당자).
D램 업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 연이어 가격인상에 성공하자 가격주도권을 잡았다고 낙관한다.
업체간 암묵적 합의로 출하량을 조절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128메가 D램의 경우 현물시장내 최고가격이 4달러에 이하인 데 비해 고정거래가격이 이를 넘어선 것은 공급자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황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현물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고정거래가격이 형성되지만 호황에서는 수요자들이 프리미엄을 붙여 물량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D램 가격 하락 속에서 벌어졌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초 고정거래가격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D램 업체들은 현물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정거래처에 물량을 공급하는 데 급급했다.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격상승은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과 함께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D램 업체들의 공조체제 때문"이라며 "D램 업체간의 통합노력이 지속되는 이상 공조체제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ㆍ4분기 영업흑자 낸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마이크 새들러 부회장은 2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에서 "D램 가격이 현수준을 유지할 경우 1ㆍ4분기에 세전 순이익이 2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D램 사업에서 흑자로 전환했으며, 1ㆍ4분기에는 반도체부문에서 수천억원 이상의 흑자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ㆍ2위 D램업체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대규모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에 하이닉스ㆍ인피니온 등도 크게 고무되고 있다.
마이크론과 메모리반도체 매각협상을 벌이고 하이닉스 안팎에서는 "이 정도만 유지되면 독자생존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어두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났다"며 "D램 시장이 하반기에나 본격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예상했다.
김영기기자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