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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한끝에서 자동차 한 대가 갑작스럽게 섰다. 예상치 못한 교통 체증을 만나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운전자들은 느닷없이 찾아온 일상의 공백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즉흥적인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고, 잠을 잔다. 때로는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광활한 대지의 공기를 느껴보기도 한다. 스웨덴의 필름메이커 요한나 빌링은 22분 분량의 비디오아트 ‘풀하임 잼 세션’을 통해 뜻밖에 찾아온 브레이크가 우리 일상의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리듬을 전복할 때 생기는 작은 유토피아를 보여준다. 일상의 리듬이 우리 자율에 의해 바뀌는 이 순간은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창조적이고 자발적이라 예찬한 ‘축제의 리듬’과 일맥상통한다.
작품은 경기도미술관이 9월부터 개최하는 3가지 전시 중 ‘현대미술의 동향전-리듬 풍경’에서 소개된다. 현대인들의 일상과 노동의 리듬을 읽어내고 그 리듬을 만들어내는 사회 제도와 환경을 듣고자 하는 전시다. 요한나 빌링 외에도 권용주, 남화연, 양정욱, 우메다 테츠야, 전소정, 조혜정&김숙현 등 젊은 작가들의 비디오아트·설치·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9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