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배용준(사진)씨가 서울시립미술관 후원의 첫 개인 기부자가 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씨는 서울시립미술관 후원금 조성을 위해 하나대투증권이 기획한 '기부미(GIVE+美)' 프로그램의 첫번째 개인 기부자로 나선다. '기부미'란 하나대투증권에 개설한 계좌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융 수수료의 최대 30%까지 서울시립미술관 후원금으로 자동 기부되는 일종의 기부 플랫폼이다. 금융거래 수익이 자동으로 미술관 기부금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후원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배씨가 자산관리를 위해 수백억원을 하나대투증권에 예탁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이다.
배씨는 소속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키이스트의 최대주주로 지분 31.7%(2,190만510주)를 보유한 자산가이다. 키이스트 소속 배우 김수현이 출연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내 열풍까지 가세해 최근 주가가 급등하며 배씨의 보유주식 가치는 500억원을 넘어섰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는 "(배씨가) 해외 미술관의 경우 연간 기부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반면 서울시립미술관은 기부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접하고 흔쾌히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런던 테이트모던의 연간 기부액은 1,300억원, 뉴욕현대미술관( MoMA)의 기부액은 750억원 수준인 데 반해 서울시립미술관의 기부금액은 0원이다. 배씨는 첫 개인 기부자로 나서 기부문화 확산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배씨의 기부금은 향후 서울시립미술관의 백남준 작품 구입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자 '문화 한류'의 원조로 꼽힌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현재의 미술관 구입예산으로는 버거운 백남준 등 주요 작가의 대표작을 구입하고 신규 프로젝트 시행에 필요한 예산확보를 위해 후원금이 사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씨의 후원은 기부금뿐 아니라 한류팬들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관광 후광효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나서 2009년 한해에만도 780만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효과를 거둔 바 있다. 여기다 미술관 후원회 '세마인(SeMA 人)'의 일원인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이 힘을 더한다. 서 회장은 오는 2017년 완공 예정인 용산 아르코앰배서더를 포함해 계열사 브랜드 호텔의 객실에 서울시립미술관 소개자료를 비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미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병국 하나대투 청담금융센터장(상무)은 "금융기관이 갖게 될 수수료 이익분을 미술관에 기부함으로써 척박한 우리 미술계를 지원할 수 있는 동시에 고객인 기부자에게는 미술관의 예우 프로그램과 연말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금융사와 미술관의 후원협력 프로그램은 대중에게 세금 외에도 큰 부담 없이 문화계를 지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준 것이라 의미 있다"며 "재능기부 격의 참여가 늘어난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문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를 기반으로 출범한 미술관 후원회 세마인은 이남식 계원예술대 총장이 회장을 맡았고 부동산 개발업체 도시와사람의 하창식 회장, 출판그룹 디자인하우스의 이영혜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서정호 회장,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의 박서원 대표 등이 가세했다. 탤런트 정려원씨는 후원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한다. 17일 열린 후원의 밤 행사에는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김연호 삼화제지 회장, 안병광 유니온제약 대표 등 재계와 문화계 인사 160여명이 참석했고 서울옥션과 국제갤러리·갤러리시몬·갤러리현대 등이 협찬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