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주차장 '문콕'

차량 덩치는 계속 커지는데
주차면 규격 25년째 제자리
4년간 2배가량 늘어나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을 열다, 옆에 주차된 차의 옆면을 찍는 이른바 ‘문콕’ 사고가 지난 4년간 2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의 덩치는 계속 커짐에도 불구, 주차구획 공간은 수년째 그대로인 것이 사고 급증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18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주차장 사고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문콕’으로 보험처리된 사고가 2010년 230건에서 2014년 455건으로 97.8%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해상이 접수한 자동차보험 주차장 사고 94만3,329건과 대형마트 및 대형아파트단지에 주차된 차량 625대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이 같은 사고로 보험업계 전체에서 지급된 보험금 규모도 지난해에만 13억5,000만원에 이른다.

연구소 측은 이 같이 사고가 급증한 이유로 레저용차량(RV) 증가 등으로 차량 덩치는 커지는 대신, 주차면 규격은 25년째 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 통계누리의 국내 승용차 규모별 구성비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중·대형 차량 비중은 85.2%에 달한다. 대형 차량 비중의 경우 지난 2000년 8.9%에서 지난 5월 26.2%로 세 배 가량 늘었다. 반면 주차장 규격은 일반형이 지난 1990년 2.3m×5.0m로 개정된 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정부는 2012년 7월 이후 건설된 주차장에는 2.5m×5.1m의 확장형 주차면을 30% 이상 설치토록 했지만, 중·대형 차량의 보급속도를 감안하면 주차공간이 여전히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소 측이 직접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주차장에서의 차 간 간격이 실제 지나치게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측이 사이드미러를 제외한 차체 좌우 끝단 사이의 너비가 1,865㎜인 중형차와 1,900㎜인 대형차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중형 차량끼리 나란히 주차된 경우 생기는 여유 폭은 43.5c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30도로 열었을 경우 필요한 여유 폭이 56.6㎝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협소한 셈이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차량의 대형화로 주차공간이 협소해져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옆 차량 운전자의 승하차 공간을 배려하는 주차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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