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번홀 세 홀 연속 보기. 박인비(25ㆍKB금융그룹)답지 않은 오버파 행진에 서보낵GC(파72ㆍ6,821야드)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로써 단독 선두 박인비와 2위 그룹과의 격차는 단 두 타차.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음 홀로 발걸음을 옮긴 박인비는 무려 9m 남짓한 거리에다 그것도 내리막 경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버렸다.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간단히 꺾어버린 그는 놀라워하는 갤러리들을 향해 오른손을 한두 차례 펼쳐 보일 뿐이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 3연승 대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 서보낵GC에서 열린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박인비는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한 타를 줄였다. 강풍이 점령한 을씨년스러운 날씨 속에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것은 박인비 한 명뿐이었다. 참가자 중 유일하게 사흘 연속 언더파를 작성한 박인비는 중간 합계 10언더파로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지켰다.
단독 2위인 김인경(25ㆍ하나금융그룹)이 6언더파로 박인비와 4타차이고 3위와의 격차도 7타로 벌어져 있어 올 시즌 5승이나 챙긴 ‘우승 기계’ 박인비로서는 여섯 번째 우승을 예약한 셈이다. 최종 4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한 박인비는 지난 1950년의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을 거두는 역대 두 번째 선수로 역사에 남는다. 또 기존 한국인 시즌 최다승인 5승 기록을 세웠던 박세리(36ㆍKDB산은금융그룹)를 넘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인 시즌 최다승(6승) 기록도 세운다.
이날 3연속 보기 뒤 두 홀 연속 버디 포함 버디 3개로 ‘여제’의 저력을 뽐낸 박인비는 “대회 기간 중 바람이 가장 셌고 핀 위치도 정말 어려웠지만 3일 중 퍼트 감이 최고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4타차 리드는 이 골프장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박인비는 첫날 퍼트 수를 단 25개로 막아낸 뒤 2ㆍ3라운드에서도 각각 28개로 끝냈다.
한편 첫날 단독 선두였던 김하늘(25ㆍKT)은 이틀간 11타를 잃어 5오버파 공동 20위로 떨어졌고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최나연(26ㆍSK텔레콤)은 4오버파 공동 17위에 자리했다. 신지애(25ㆍ미래에셋)와 김자영(22ㆍLG), 양제윤(21ㆍLIG손해보험)은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