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회장들의 한마디

◎이건희-“도토리키재기식 경쟁 탈피를”/김우중-업체공존 강조 삼성비판 주목/정몽규-“삼성, 이왕이면 벤츠인수하라”/김선홍-「퇴진압력」 단호하게 거부표명【프랑크푸르트=박원배 특파원】 제57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국내업체들의 최대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령관들이 모두 참관했다는 점. ○…유별나게 관심을 끈 회장들의 움직임 가운데 하나는 기아사태의 중심에 서있는 김선홍회장과 다른 회장들의 만남. 김우중회장과 김선홍회장은 개막일인 9일 상오 기아부스 2층 상담실에서 20분간 환담. 김 기아회장이 『대우가 세계를 엮어 간다. 잘 하는 일이다. 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자 김대우회장은 『선진국에서는 쉽다. 내가 직접 조달하기도 한다』고 대답. 이어 김대우회장이 과거 섬유수출을 할 때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하자 김기아회장은 자동차도 마찬가지라고 화답. ○…김우중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업체간 공존을 강조하고 정부의 금융정책을 비판. 김회장은 삼성의 인수합병전략에 대해 『일본의 후발업체인 미쓰비시는 10년동안 아주 조용하게 자신의 갈 길을 걸어 세계적 자동차업체로 성장했다』며 『이제 국내업체들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공존해야 한다』며 삼성의 구상을 비판. 이는 『삼성의 진출은 국내업체들의 전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가져오고 결국 자연스럽게 2∼3개사로 정리될 것』이라는 김회장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어서 주목. 김회장은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입경영규제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물어 규제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 ○…「모터쇼 어록」의 최대 하일라이트는 역시 기아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김선홍 회장. 김회장은 ▲포드 마쓰다·쓰미토모·이토추등의 기아지원방안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공장, 중국 열발기차 합작공장건설의 뒷얘기 ▲무책임한 국내언론보도로 막판 자금조달이 끊어진 사례 ▲퇴진압력에 대한 자신의 거부의사 등을 1시간 가량 자세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피력. 김회장은 칼리닌그라드 공장의 부품공급이 안돼 생산이 중단되자 독일에 수출한 아벨라, 세피아 1천5백대를 공급키로 하고 10일 현지로 출발. ○…정몽규 회장은 삼성이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해외기업인수에 대해 『이왕 인수하려면 벤츠나 BMW와 같은 일류기업을 인수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언급. 정회장은 벤츠가 쌍용을 통해 국내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벤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 ○…이건희 회장은 공식개막전인 지난 8일 현장을 방문, 다른 회장단과이 미팅이 불발. 10일 모터쇼에서 만난 림경춘삼성자동차부회장은 『벤츠부스를 방문한 이회장은 선진메이커들의 기술진전이 놀랍다고 지적하고 국내업체들도 국내시장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언. 이회장은 9일 기술제휴업체인 일본 닛산사장과 만나 협력확대를 논의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