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외환자유화 정책 보완을

韓相春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4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외환자유화 방안을 놓고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내용의 일부를 보완해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물론 지난해 외환자유화 방안이 처음 제안될 당시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내용이 검토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방안은 제2의 OECD 가입에 비유될 만큼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정책사안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없이 OECD에 가입해 외환위기라는 깊은 멍에를 지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외환자유화 방안의 추진여부에 대한 논쟁은 단순히 국력낭비로 치부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방안이 현 경제여건에 비춰 적절한 것인지 그리고 추진시에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논의된 외환자유화 방안에 대한 정책당국을 포함한 자유론자와 신중론자들의 견해를 비교해 보자. 당초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자유론자는 외환 자유화 방안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대외이미지 제고에 커다란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외환자유화 방안을 추진할 때 우려되는 단기자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설립이 확정된 국제금융센터를 통해 외환거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포착할 수 있고 외환위기 징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체제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단기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외환거래세와 가변예치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외자가 일시에 이탈될 경우 세이프가드를 활용하면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외환자유화를 적극 추진해 될 수 있는 대로 외자를 많이 유치하고 외환시장의 중층적 발전을 도모해 기업들이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경험과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의 견해는 이렇다. 우선 외환거래 자유화 방안이 처음 검토될 당시에는 부족한 외환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외환정책의 중점은 수출을 통한 외채상환과 실물경제 회복에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당초 예상보다 많은 외자유입으로 환율이 크게 하락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상반기에 대규모 공공지출을 계획하고 있으나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는 수출을 통해 모색하는 것이 가장 부작용이 적다. 이 상황에서 외환거래를 자유화할 경우 과다한 외자유입으로 수출이 더욱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단기자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유론자들이 믿고 있는 제도적 장치도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이런 규제방안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최근에 투기자본의 속성을 감안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섣부른 규제는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를 포함한 자유론자와 신중론자의 견해 중 어느 한편의 시각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모두가 일리는 있는 얘기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사안은 외환자유화 방안은 어느 정책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개방정책을 보면 「따라가면 잘되겠지」하는 일종의 환상에 젖어 추진된 감이 없지 않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한것이다. 특히 외환분야는 냉혹한 실리추구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부작용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여건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핵심사안에 대해 정책대안을 제시한다면 기업들의 1년 미만의 단기차입 허용계획은 외자유입을 촉진시켜 외채관리와 수출에 어려움을 초래할 소지가 높다. 특히 기업들의 단기차입 경영을 재연시켜 구조조정 의지를 퇴색시키고 단기외채가 다시 늘어날 우려가 있다. 당초 계획대로 2000년에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파생상품거래시 실수요 원칙을 폐지하는 방안은 지금 상황에서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전에 충분한 제도적인 인프라를 갖춰 놓은 상황에서 추진해야 국부유출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자유화폭이 좁아지는 것이 문제라면 국내산업구조 고도화와 성장잠재력 배양에 직결되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경상거래 분야의 자유화폭을 늘려서 맞춰 나가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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