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구제금융 이후 국제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착실히 이행하며 '구제금융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던 포르투갈이 재정적자 감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일부위헌 판결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총리는 헌재 판결에 따른 예산부족분을 공공서비스 축소로 메우겠다고 밝혔지만 이 경우 대규모 해고사태를 불러오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야당이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위기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키프로스 사태가 잠잠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스페인ㆍ포르투갈 등으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7일(현지시간)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는 TV연설에서"헌재의 판결로 긴축목표 달성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보건ㆍ교육ㆍ사회안전 분야의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5일 포르투갈 헌재는 올해 예산안 가운데 공공 부문에만 적용된 일부 긴축조치가 평등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채권단으로부터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올해 줄이기로 약속한 13억유로를 다른 데서 메워야 한다. 다만 코엘류는 1월 이미 인상한 세금을 추가로 올린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제는 공공서비스를 줄일 경우 공공 부문의 대량해고 사태로 국민적 저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야당은 아예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호세 세구루 사회당 대표는 "코엘류가 사임하고 새 정부가 긴축 프로그램을 재협상해야 한다"며 "조기총선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은 현재 여론조사 1위로 2위를 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EU의 한 선임 외교관이 "코엘류가 오래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외부에서 바라본 코엘류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추가 긴축을 단행할 경우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가 줄면서 올해 긴축이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이코노미스트들은 포르투갈의 실업률이 18%로 점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긴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포르투갈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5.5%로 줄인 뒤 내년 4%, 2015년에는 2.5%까지 감축해야 한다.
긴축이행 시점을 연장하는 방안을 국제채권단 측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당장 유럽위원회는 코엘류의 연설 후 성명을 내고 "긴축 프로그램으로부터 조금만 이탈해도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고통은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전문가들 또한 키프로스 사태 때 강경한 입장을 보인 독일ㆍ네덜란드 등이 포르투갈에 추가로 양보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EU 재무장관들은 12일부터 이틀간 아일랜드에서 포르투갈 문제를 논의한다.
이런 가운데 긴축안 불발을 둘러싼 위기감은 바로 옆 스페인으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사회당 간부인 푸리피카시온 카우사피에는 "스페인 법원이 조만간 나올 긴축안 판결에서 포르투갈처럼 시민의 권리를 보호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집권 국민당은 "스페인은 포르투갈과 달리 경제가 견고하다"며 위기감 전염을 차단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