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상황을 경험하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그에 따른 행동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이 그림을 좋아하는 어느 부부는 전시관람을 공통의 취미로 갖고 있지만 남편은 명작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만질 듯 다가서는 반면 아내는 한 발짝 물러나 말없이 응시한다. 이처럼 어떤 사람은 훌륭한 작품을 보고도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않는가 하면 어떤 이는 심연에서 감동의 울림을 느낀다. 또 어떤 사람은 미술관의 규범이나 제한을 쉽게 받아들이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그 경계를 넘어서고 권위에 도전하려 한다.
인간행동 전문가인 저자는 이 같은 인간 내면의 차이가 '감성지문(Emotional Fingerprin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감성지문'이란 우리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욕망과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마치 손가락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감성지문의 중심에는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소중한(importanceㆍ중요함) 느낌을 성취ㆍ인정ㆍ칭찬ㆍ승리 등 어떤 요소에서 받게 되는 지에 따라 감정지문이 달라진다. 지난 5년간 2,500명 이상을 임상 조사해 분석한 저자는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들을 총 35가지로 분류한 다음,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기준으로 5가지씩 7개 범주로 재분류했다. 첫번째 범주에는 ▦통제력 확보▦외모에 대한 자신감▦정리정돈▦신ㆍ영혼ㆍ우주와의 교감▦신뢰얻기의 5가지 요소가 있다. 혹은 ▦일하기▦자유와 독립▦자신의 능력에 의지하기▦우정쌓기▦칭찬받기가 하나의 범주에 묶이고 ▦안전한 느낌▦창조성 발휘▦건강▦가족과의 사랑▦인정받기 등의 요소가 또 다른 범주를 이룬다. 각 항목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선택하면 그것이 개인의 감성지문을 형성하는 7가지 요소이자 각자의 감성코드가 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존 듀이(1859~1952)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는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듀이가 말한 소중한 느낌은 자신이 의미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는 근본적인 욕망에 관한 것임을 깨닫고 이 같은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감성지문의 패턴이 유사한 사람인데도 왜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까? 저자는 그 이유로 '감성나침반'을 제시했다. 감성나침반이란 일종의 신념체계인데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감성지문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 의식적이고 명백하게 결정 내릴 수 있도록 만든다. 저자는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고민했던 것을 예로 들어 그의 감성나침반이 왕자로서의 삶과 숙부에 대한 복수 중 하나를 택하게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감성나침반은 살인ㆍ사기ㆍ간통 같은 도덕적으로 중대한 문제는 물론 잡담이나 말다툼, 업무적 청렴성과 가족애 등 일상적인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책은 감성지문을 이해해 자신의 감성지문을 내면화 한 뒤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끈다.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근원적 욕망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인생의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자기혁명의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성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삶을 변화시키는 데 특히 도움이 될 책이다.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