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같은 상황, 다른 생각 왜?

■감성지문(우디 우드워드 지음, 리더스북 펴냄)
소중하다고 여기는 감정·신념 따라 각자 선택·행동 반응 천양지차
나만의 감성지문 내면화 하면 인생 주인공 되는 자기혁명 가능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그에 따른 행동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이 그림을 좋아하는 어느 부부는 전시관람을 공통의 취미로 갖고 있지만 남편은 명작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만질 듯 다가서는 반면 아내는 한 발짝 물러나 말없이 응시한다. 이처럼 어떤 사람은 훌륭한 작품을 보고도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않는가 하면 어떤 이는 심연에서 감동의 울림을 느낀다. 또 어떤 사람은 미술관의 규범이나 제한을 쉽게 받아들이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그 경계를 넘어서고 권위에 도전하려 한다.

인간행동 전문가인 저자는 이 같은 인간 내면의 차이가 '감성지문(Emotional Fingerprin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감성지문'이란 우리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욕망과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마치 손가락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감성지문의 중심에는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소중한(importanceㆍ중요함) 느낌을 성취ㆍ인정ㆍ칭찬ㆍ승리 등 어떤 요소에서 받게 되는 지에 따라 감정지문이 달라진다. 지난 5년간 2,500명 이상을 임상 조사해 분석한 저자는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들을 총 35가지로 분류한 다음,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기준으로 5가지씩 7개 범주로 재분류했다. 첫번째 범주에는 ▦통제력 확보▦외모에 대한 자신감▦정리정돈▦신ㆍ영혼ㆍ우주와의 교감▦신뢰얻기의 5가지 요소가 있다. 혹은 ▦일하기▦자유와 독립▦자신의 능력에 의지하기▦우정쌓기▦칭찬받기가 하나의 범주에 묶이고 ▦안전한 느낌▦창조성 발휘▦건강▦가족과의 사랑▦인정받기 등의 요소가 또 다른 범주를 이룬다. 각 항목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선택하면 그것이 개인의 감성지문을 형성하는 7가지 요소이자 각자의 감성코드가 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존 듀이(1859~1952)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는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듀이가 말한 소중한 느낌은 자신이 의미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는 근본적인 욕망에 관한 것임을 깨닫고 이 같은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감성지문의 패턴이 유사한 사람인데도 왜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까? 저자는 그 이유로 '감성나침반'을 제시했다. 감성나침반이란 일종의 신념체계인데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감성지문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 의식적이고 명백하게 결정 내릴 수 있도록 만든다. 저자는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고민했던 것을 예로 들어 그의 감성나침반이 왕자로서의 삶과 숙부에 대한 복수 중 하나를 택하게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감성나침반은 살인ㆍ사기ㆍ간통 같은 도덕적으로 중대한 문제는 물론 잡담이나 말다툼, 업무적 청렴성과 가족애 등 일상적인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책은 감성지문을 이해해 자신의 감성지문을 내면화 한 뒤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끈다.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근원적 욕망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인생의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자기혁명의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성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삶을 변화시키는 데 특히 도움이 될 책이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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